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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사는이야기

알바용병의 호프집 알바일기 6, 사회 생활

by hermoney 2017. 4.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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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이 되니 우리 가게에도 단체손님들이 많아졌다.

이날 역시 첫 손님은 8명 내외의 단체손님.

 

입장하는 손님들에게서 갈비냄세가 강하게 풍겨오는걸로봐서는(-_-)

근처에 있는 화동갈비 아님 육간명가, 혹은 천지연등 고기집에서 회식을 하고 온것같다.

 

잠시후, 손님들의 테이블쪽에서 들려오는 소리

"삼촌~!! 여기요~~~"

 

사..삼촌??!!

얼핏 보기에도 나보다 훨씬 나이가 많아 보이는 남자손님이 나를 향해 웃고 있었다

삼촌이라는 호칭에 순간 흠칫했으나,

손님이 내게 '형!'이라고 부르며 주문할리도 없고

아저씨라고 불리우는것보다야 삼촌이 낫지 않은가 싶어 수긍했다.

그래 아직 아저씨는 아니야.

 

나를 삼촌이라고 부른 손님팀의 (조카팀 이라고 불러야하나 -_-)

주문은 마른안주와 한치, 그리고 다량(!)의 맥주.

확실히 친구, 연인, 가족손님들에 비해 단체로 회식하러 오는 경우엔 단연 기네스나 크롬바커 같은 비싼 맥주들이 잘팔린다.

게다가 많이 마신다 !

(법카의 위력이란 대단하다 !)

 

조카팀(...) 테이블에 안주써빙을 마치고 돌아서자마자 두번째 단체 손님이 들어왔다.

10-13명정도의 규모로 이분들 역시 온 몸에 고기냄새가 풀풀.

마치 "나 오늘 고기 좀 먹었어요" 라고 말하는 듯 인상 -ㅅ-

 

두번째 단체 손님은 1차때 열심히 달렸는지 대부분의 손님들이 만취상태였다.

물론 첫번쨰 단채손님인 조카팀들도 다들 살짝 취한상태였는데 두번째 팀의 꽐라정도는 훨씬 심했다.

단체로 비틀비틀 거리며 들어오는 걸 보니 왠지 걱정스러울 정도.

 

잠시후 꽐라팀(...)의 주문.

그들은 과일안주 2개와 마른안주2개.

 

한쪽에서는 건배사를 하는데, 다른 한쪽에서는 시끄럽다고하고

또 그러면서도 서로에게 수고했다고 격려해주며 웃고 떠들고.

가게는 순식간에 시끌벅적.

이렇게 한해를 마무리하며, 서로에게 인사를 건네는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보니 한편으론 내가 회사라는 조직을 떠나왔다는 사실이 실감이 나면서 웬지 모르게 부러운 감정이 솟아났다.

 

 

재미있는건, 막상 회사 다닐때의 나는 회식을 그닥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였다는것.

퇴근후 동료들과 간단하게 한잔하고 이야기하는 자리도 좋았지만

그땐 술자리보단, 조금이라도 일찍 집에가서 내 할일과 취미를 즐기는게 더 좋았다

 

게다가 회식자리엔 (불편한) 윗분들과 함께 할 확률이 높았으므로 반길만한 이벤트도 아니였다.

그런 분들과 회식을 하면 꼭 회식자리가 2, 3차 까지 늦게까지 이어지는 경우가 많았고

(이상하게도 그 나이때의 남자들은 집에 빨리 들어가려고 하지않는다 -_-)

나를 포함한 직원들은 덩달아 강제 참석해야만 했다 -ㅅ-

 

특히 갑을 관계의 입장에서의 타회사 상사들이 동반하는 회식자리의 분위기란...-_-

이에 관한 잊을수 없는 회식에 대한 기억이 또 떠오른다.

 

나는 당시  n사의 물류배송관제 gis 프로젝트에 참가해 일을 하던 때였는데

n사의 사내분위기는 경직된 분위기에 상하관계가 강한 곳이였다.

어느날은 프로젝트 협력직원이였던 나도 n사의 회식에 참석해야 했는데,

예약된 커다란 룸을 따라 들어가니 n사 대리님이 커다란 바케스에 양주와 맥주를 부으며 알수없는 폭탄주를 제조하고 있었다.

그곳은 이사님(그 자리에 참가한 사람중 최고 직급)을 제외한 모두가 반듯한(꼿꼿한) 차렷자세로 서 있었고 (이걸 군대용어로 닭잡고 있다라고 말하기도 함 -_-)

잠시후 이사님은 한명을 지목한다.

"야! 너 나와서 한잔 받아!!"

그러면 "넵 !" 하며 지명당한 사람이 달려나가 그 바케스 폭탄주(-_-)를 받아 원샷하는 풍경을 볼 수 있었다.

 

"이게 뭐야? 내가 군대를 다시 왔나?"

나도 저걸 마셔야하는건가 라는 생각에 가급적 그 이사님과 눈을 마주치지않으려고 최대한 구석자리로 들어가 (물론 꼿꼿한 차렷자세와 함께 -_-)

숨어있었는데 잠시 살짝 고개를 들어 상황을 본다는게 아뿔사 그 이사님과 눈이 딱 맞주쳐버렸다.

물론 그 다음 상황은 다른사람들과 동일하다.

"야! 너 나와서 한잔 받아 !!"

"넵 !"...

아..나는 이회사 사람도 아닌데 내가 왜 이걸 마셔야해.....

하며 폭탄주를 꿀꺽꿀꺽.

 

당시에는 당황스러웠는데 한편으론 종종 그때 일을 떠올려봤을때 재미있기도하고.

이때의 일은 기억에 오래남아있다.

물론, 회사인지 군대인지 착각하고 있던 그 이사님 제외하고 나와 함께 일을 했던 대리님 과장님 차장님 등 실무진은 모두 친절하고 좋은 분들이셨다

모두들 잘 지내고 계시려나?

 

회사다닐때는 회식자리가 불편하고 괴로운 업무의 연장이라고만 느꼈는데,

프리랜서가 되어 혼자 일하고, 회식은 하고 싶어도 할수 없는 상황이 되다보니

조직에서의 그런 생활이 문득 그리워졌다.

아 나도 저럴때가 있었는데.

함께 야근하던 동료들과 시시한 농담도하고 웃으면서 마실때가 있었지...

(물론 다시 회사생활을 하게 된다면 그땐 지금의 생활을 또 그리워하게되겠지..)

 

........

 

혼자 상념에 빠져있다가 화장실에 갔는데

곧 누군가 화장실로 들어오는 소리가 들렸다.

혼자 막 씩씩거리면서 들어오는 그 목소리는 화가 많이 나 있었다

목소리를 듣자하니, 즐겁게 들썩이던 그 단체 테이블 손님중 한분인듯한데

매우 거친 감정상태로 울분을 토하고 있었다

 

화장실에 자기 혼자 있다고 생각하는지 굉장히 분한 느낌으로 소리쳤다.

 

"이런 멍멍이같은 새애기를 봤나  개쌈바 아오 쌈바 x같아

무슨 사람말을 그렇게 무시해 ㅈ같은 아오 쌈바

망할 x가 무슨 사람이 말도 못하게 하고 무시하냐 쌈바같은 쌈바가 쌈바쌈바."

(언어순화를 위해 표현을 많이 순화했습니다 -_- 써놓고 보니 브라질어 같네요 -_-)

 

인기척을 내줘야하나 말아야하나 잠시 갈등을 하다가

아무래도 가게에 손님이 많으니 얼른 자리로 돌아가야 할거 같은 생각에

문을 열고 나가니 그 손님은 흠칫 놀란다.

그러나, 이내 내 얼굴을 확인하곤 안도하는 표정이였다

 

카운터에 돌아가, 손님들의 오더를 기다리고 있으니

혼자서 미칠듯한 울분을 뿜어내던 그 손님이 나와서 자리로 가더니

다시 그옆의 동료들과 웃고 떠들며 즐거운 모습을 연출하고 있었다

 

그 손님의 빠른 감정태세변화를 보니 나는 혼란스러움에 빠졌다

그리고 한편으론 내가 회사생활을 하며 만난 사람들에게 감사했다

(나는 회사생활을 하면서 저 사람처럼 저주를 퍼부어댈만큼 미워할만한 사람을 만난적은 없었다 -_-)

 

세계맥주에서의 아르바이트.

단순반복적인 일이겠거니 예상했었는데, 기대 이상으로 다이나믹한 장면을 볼수 있는 일이였다.

이날은 매우 바쁘고, 흥미로운 날이였다

 

p.s.

이날 하루 매상은 80만원 이상.

이곳에서 일을 시작한 이후 가장 많은 매상을 올린 날이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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