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가 빨리 지는 겨울이라, 내가 출근하는 시간이면
공원 호수도 어둠에 잠겨있다.
조바심낸다고 될일은 아니나,
가게업무에 하루빨리 익숙해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며 출근을 했다
사모님께 반갑게 인사를 드리고보니, 이미 한테이블에 손님이 있었다
안주는 명태포가 나갔다고 하시며 볼일이 있어 잠시 외출하신다고 했다.
"넵~! 다녀오세요~!! 가게 맡고 있겠습니다."
아무렇지 않은듯 방긋 웃으며 다녀오시라 했지만 내심 불안하다.
잠시나마 가게를 혼자 맡게 된것이다!!
조만간 다가올 순간이긴 했으나,그 순간이 이렇게 빨리 찾아올줄이야.
언제 무슨일이 생길지 모르는 야생의 정글과 같은 세계맥주집에 이 가녀린(?) 알바를 혼자 놔두고 가시다니.
게다가 지금 손님도 있는데.
힐끗 보니 이 손님... 무섭게 생긴것도 같다!!
사모님이 돌아오시기 전까진, 더이상 손님이 오지 않기를!
지금 계신 손님이, 내가 할줄 모르는 메뉴를 추가 주문하는일이 생기지않길!!
나를 부르지말기를!!! (아니 아예 내쪽을 쳐다볼지도 말기를!)
초조함을 달래며 마음속으로 간절히 바라던 그때,
"여기요 !"
손.님.이.나.를.불.렀.다.
"네~~ 손님"
하며 달려가니 명태포가 덜 구워졌다고 다시 구워달라고 한다
(며칠간 관찰 결과, 포를 바짝 굽는 나와는 달리, 사모님은 포를 살짝 굽는 스타일이셨다-_-)
심플한 요청이다.
게다가 명태포가 덜구워져서 맘에 안든다도 아니고,
그저 명태포가 덜 구워졌으니 더 구워달라는것 뿐인데.
손님의 이런 당연한 요구가 마치 나를 향한 컴플레인처럼 느껴졌다.
아마 이런 상황을 많이 겪어보지않아서 그런것같은데
느닷없이 억울한 감정이 들었다.
"아..아닙니다 그 명태포는 내가 구운게 아닙니다 !! 내가 구운게 아니란 말이에요!!!"
크게 외치며, 웬지모를 이 억울함(?)을 풀고 싶었지만,그건 내 마음일뿐
방긋방긋 웃으며 명태포를 가져다가 다시 구워드렸다
개인마다 스테이크도 선호하는 굽기정도가 다르듯
포 종류도 손님마다 굽기 정도가 있나보다
이 손님은 웰던을 선호하시는거 같아서
바짝 구워드렸다
그런데 너무 구웠는지 명태포의 끝이 조금 탔다.
젠장.
아니 처음부터 명태포 자체가 너무 두껍게 나와 안쪽까지 익히려면 바깥쪽은 어쩔수없이 조금
탈수밖에 없게 생겼다.
"어쩔수없지뭐~ 이렇게 만들어져 나온걸 이건 명태포회사잘못이야 (?)"
이렇게 생각하며 다시 구운 명태포를 접시에 담다보니 그 살짝 탄 부분이 참으로 신경쓰이기 시작.
신기하다...
내가 먹는 사람의 입장이였을때에는
요런 살짝 탄 부분은 별 신경도 쓰이지 않았는데.
제공하는 입장이 되고보니.요 검게 탄 부분도 그렇게 신경쓰일수가 없었다.
결국 나는 가위를 이용해서 탄 부분은 말끔히 잘라서 손님에게 내갔고
손님의 취향에 맞게 잘 구워졌는지 그 후로는 다시 나를 찾는 일은 없었다.
우리가게에서 명태포 만들기
- 명태포를 주문받으면 포스기 화면 안주분류에 있는 명태포 버튼을 클릭. 주문을 접수시킨다.
- 명태포는 회색냉장고 중간에 있음
- 하얀냉장고 옆에 있는 석쇠를 이용해서 명태포를 3조각 굽는다.
- 하얀냉장고 위에 있는 긴 접시를 꺼내 명태포를 올린후 가위로 잘게 자른다.
- 카운터 아래쪽에 있는 마른안주통에서 과자를 꺼내 올린다.
- 하얀냉장고에서 마요네즈를 꺼내고 작은용기에 마요네즈 듬뿍. 그리고 싱크대오른편 서랍에서
간장을 꺼내 마요네즈위에 살짝 뿌린다.
- 손님께 잘 가져가면 완료.
당연한 말이겠지만 가게에서 뭔가를 만드려면 만드는 방법보다는
재료와 그릇이 어디에 있는지 위치를 아는게 더 중요한거같다. (초보알바인 지금 상황에서는)
@ 주의사항 @
- 명태포는 다시 구워달라는 요구 사항이 많은걸로 봐서는 일반적인 취향은 웰던(-_-)
따라서 오징어나 한치보다는 더 오래 굽는게 무난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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