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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사는이야기

알바용병의 호프집 알바일기 2, 인수인계

by hermoney 2017. 3.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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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근 첫날. 나름 복장에 신경이 쓰였다

이왕이면 좋은 이미지로 보이는게 좋겠지싶어

긴 고심끝에 청바지, 체크무늬 셔츠 그리고 운동화를 선택했는데

다 입고 나서 거울을 보니 결국 평소의 복장과 다를바 없었다. -ㅅ-

 

설레임, 걱정, 두려움이 뒤섞인 복잡한 심정과 함께 가게가 있는 건물 입구에 도착.

자동문을 지나 가게 안으로 들어갔다.

 

문을 열고 들어서며, 긴장을 풀기위해 미소를 크게 지으며 밝게 인사를 했다

짧은 소개후 내게 전달된건 검정색 앞치마였다.

 

 

앞치마를 해본적이 없었기에, 이걸 착용하는것만으로도 버벅.

무엇보다 허리끈이 탄력이 없다보니 허리에 매듭을 너무 꽉매면 배가 불편하고(숨쉬기가 어렵..-_-)

느슨하게 매면 어느샌가 내려가서 엉덩이에 걸쳐지게 되었다. -ㅅ-

 

(착용후 모습 -_-)

 

첫날과 둘쨋날까지 이틀동안은 가게에서 일을 해오던 알바선배가

나에게 인수인계를 해주기로 했다

(그는 나보다 10살쯤 어린 귀여운 스타일의 남자였다)

 

겉보기와는 다르게 은근 낯가림이 있는 나와는 달리,

살갑고 잘 챙겨주는 성격인  알바선배(...-_-)덕분에 긴장된 마음이 풀리는데 도움이 되었다

 

 

첫날 근무는 내 걱정들이 무색할정도로 매우 순탄했는데

그럴수 밖에 없었던게 신입(이 나이에 신입이라니 -_-)인 나에게 주어진 일이 없기 때문이다.

 

보통의 회사나 조직들도 대부분 이와 비슷한데

신입에게는 (더구나 첫날아닌가!) 크게 기대하거나 바라는게 없다

그저

 

- 도망가지않고 잘버티는것.

- 인사잘하고 근태잘지키기.

 

요정도가 신입에게 바라는 점이 아닐까?

(물론 새로운 환경,새로운 사람들에 적응해가는 과정은 결코 쉬운일은 아니다.

어색함과 생소함을 버텨가며 일을 배우고 잘 어울리는일이 보통일인가

20대 생애 첫입사를 하고 난 며칠간 잠도 잘 이루지못했던

예전의 내모습이 떠올랐다.)

 

첫날 내가 할 일은 주로 선배의 일하는 모습을 옆에서 지켜보는것

선배의 동선을 따라 움직이며,일을 눈으로 배우고 익히는것

일 자체는 어렵다고 할게 없을수 있으나

집에서 항상 쉬고 있던 시간에 낯선 장소에 있어야 하는것

그 자체로 "일"이다

 

 

그리고 둘째날

인수인계 기간이 완료되었다.

알바선배와도 헤어질 시간.

참으로 짧은 만남이였다.

 

원만한 성격의 알바선배는 (귀여운 외모의 어린 남자에게 선배선배 하려니 웬지 낯간지럽다-_-

그아이도 내가 부를때마다 징그러웠을거같다.) 

나와 헤어지기전 종이 한잔을 건네주었다

뭔가가 빼곡히 적혀있는   A4용지 한장이였다

 

이때 받은 A4용지의 내용을 정리해보자면 이렇다.

 

출근 후 할일

 

- 가게내부 전등켜기

- 가게 청소상태와 화장실 상태 체크

(건물에 청소하시는분이 따로 있긴한데 그래도 오픈전 점검차 한번 둘러보기)

- 두꺼비집을 열어서 뒷간판 조명 스위치 확인 (꺼져있으면 켤것)

   <-ON OFF->

- 맥주가 배달왔을시 기존에 있던 남은 맥주들을 빼고 냉장고 내부를 닦아준다.

그리고 다시 진열시 배달온 맥주를 먼저 넣는다. (선입선출)

- 테이블, 맥주냉장고, 음료냉장고 닦기 (냉장고 조명도 ON)

- TV와 오디오, 포스기 ON

- 앞치마 두르기

- 말려둔 그릇있으면 정리

 

근무중

 

- 손님이 오시면 "어서오세요. 편하신 자리에 앉으시면 됩니다."

- 손님이 자리에 앉으면 과자, 오프너, 냅킨을 드리고 "맥주는 꺼내드시면 되고 안주는 불러주세요."

- 가끔 화장실 체크 (휴지가 비었으면 채우기)

- 밤 12시부근에 건물 뒷간판 조명끄기 (안끄면 근처 가정집에서 항의온다고함 -_-)

- 사모님 도와드리기

 

 

마감

 

- 음료, 맥주 LED끄기

(사장님은 음료냉장고는 모든전원 꺼도 된다고 하심)

- 창문 커텐 내리기

- 오디오 끄기, 셋탑과 TV끄기, 멀티탭 끄기

- 흡연실 환풍기 끄기

- 물 내려오는 인테리어 끄기

- 포스기 마감처리

영업 오픈시 100000 시재금이 있음

1.  화면오른쪽끝 X누르고 정산 -> 매출집계표 -> 날짜당일로 변경(보통 12~1시에 끝나니 전날로) -> 프린터 모양 클릭 하면 매출 출력됨

2. 다시 X 누르고 -> 기초 -> 영업마감 -> 금일 현금매출 확인 (카운터에 들어있는 현금을 세서 현금 입력) -> 마감 누르고 -> 관리자 암호입력

금일 영수증,현금매출 넣어두거나,사장님,사모님께 드리기

3. 포스 전체 종료

- 컴퓨터, 포스컴퓨터 OFF

 

- 전체적으로 전기제품 확인후 소등후 문 잠그고 퇴근

 

기타

- 행주는 파란 빨래 비누로 (많이 더러울때에는 락스에 약간 담궈두었다 빨것)

- 건물 유리관등의 스위치는 5층 사무실 입구에 있음

- 화장실 롤,페이퍼 타올,냅킨은 3층에 있으나, 없을땐 5층 사무실에 있음

- 화요일 마감하는 날에는 흡연실, 화장실 정리후 물뿌리기 등 청소에 신경쓰기 (수요일에는 청소반장님이 쉬는날이라 그렇습니다.)

- 버드와저, 카프리, 맥스, 클라우드, 카스 등 국산맥주의 빈병은 플라스틱 BOX에 나머지 수입맥주의 병은 자루에

(수입맥주들은 대부분 종이박스에 포장되어 들어오고 따로 병회수를 하지 않음)

 

(당시에 받은 인수인계(?) 문서)

 

꼼꼼하게 작성해준 인수인계 문서였다.

표준문서 양식으로 작성된건 아니지만, 나름 실무적인 내용이 세세하게 적힌.

이건 확실한 인수인계 문서다.

 

(읽어보다보니, 결국 한줄로 요약한다면

출근한 후 전체 점등을, 퇴근 직전엔 전체 소등을 하라는 내용이지만

처음 일하는 나에게는 큰 도움이 되었다.)

 

조금 놀라웠던건 알바를 하면서 이런 문서까지 받을거라곤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

그동안 프로젝트 단위의 개발자 생활을 해본 경험상

전임자가 인수인계를 제대로 확실하게 잘해주는 경우는

현업이나 '갑'이 개념있는 경우가 대부분이였기에

이것은 좋은 신호였다

 

 

p.s

한동안 그 A4용지는 알바 출퇴근때 매고 가는 나의 백팩속에 고이 간직되었다

 

p.s.

물론 문서에 적혀진일 외에 실제로 해야할일이나 알아야할 일들은 훨씬 다양했다.

당장 이틀동안 일을 하며 내가 알게된 추가사항들은 이렇다.

 

- 분홍색 도마는 과일용

- 녹색 도마는 채소용

- 붉은색 손잡이칼은 과일용

- 하얀색 손잡이칼은 채소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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