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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사는이야기

알바용병의 호프집 알바일기 15, 세계 맥주 냉장고에 집어넣기

by hermoney 2017. 7.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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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운 (=_=) 월요일.

사모님은 일요일에도 가게를 여는데 지난 일요일에는 손님이 꽤 많았다고 한다.

그래서일까 가게문앞에는 출근해보니  주문해 둔 맥주가 배달되어있었다

오늘 나의 첫 업무는  바로 맥주를 냉장고에 넣는 것.

 

 

세계맥주집이지만 차 주문도 많기에 (특히 사모님께서 직접 만든 대추차가 잘 팔림-_-)

간만에 맥주집 아르바이트 일기 다운 글이 될 듯

 

도매 주류상마다 다를수 있겠지만, 우리 가게의 경우 주문한 다음날 맥주가 배달되어온다

다만 우리 가게와 계약되어있는 도매상은 공휴일과 토, 일은 꼭 쉬기에 (매우 바람직한 현상이다.)

주말전 목요일이나 공휴일전엔 조금 넉넉하게 주문한다

 

맥주가 배달되어 온 날엔

맥주 정리부터 서둘러 한다

아무래도 손님이 오기전에 하는게 편하기 때문이다

 

 

먼저, 가게 입구에 놓여있던 맥주상자들을 냉장고 앞으로 옮긴다

현재 내 근력 상태로 이 정도의 무게를 옮기는 일이 어렵진 않으나

그래도 다치지 않기 위해

허리 보단 하체 힘을 이용해서 옮긴다

 

 

예를 들면, 무거운 상자를 옮길때 허리를 숙여서 내려놓는건

허리에 무리가 된다

그래서 가급적 하체만 구부려서

작업을 하려고 노력중인데

그렇게 하다보니 약간 변형된 어정쩡한 스쿼트 자세가 되었다.

(이 자세를 누군가 본다면, 특히 뒤에서 본다면 웃음이 터질수도있다. -_-)

 

맥주박스 옮기고 냉장고에 넣는 일을 처음에 할때에는

그리 신나는 일이 아니였지만

시급을 받으며 근력운동 중이라는 마음을 가지니

꽤 즐거운 작업이 되었다-ㅁ-

 

 

알바초기에는

해당 맥주가 있는 냉장고 앞에

넣어야 할 맥주박스를  배치했었는데

 

 

숙달된 후에는, 냉장고 가까운 테이블위에 올려둔 후 작업하는게 더 빠르다는 걸 알게 되었다

(냉장고에 병을 넣기위해 앉았다 일어섰다 하는 시간이 절감되었다)

다만 이렇게 하면 변형 스쿼트(-_-)를 할수없으므로 위급시에만.

 

냉장고 문 세팅.

냉장고 문이 자동으로 닫히기 때문에

의자 하나를 이렇게 걸쳐둔다

 

새 맥주를 냉장고 안쪽에, 기존에 있던 맥주를 냉장고의 바깥쪽에 배치해야 하므로

냉장고에 남아있던 맥주를 모두 꺼낸다

선입선출 (First In First Out) 인것이다.

 

예전 개발자 시절 자료구조할때 나온 스택구조(후입선출, Last In First Out)의 정반대.

이야~~ 세계맥주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스택을 떠올리게 될줄이야.

 

실무자의 입장에서 얘기하자면,

밀러나 KGB, 크루져같은 우리가게의 비인기 주류를 제외하면 대부분

한달안에 다 팔리게된다.

주류의 유통기한은 꽤 길어서,굳이 선입선출을 하지 않아도

유통기한 전에 맥주를 전부 소모할수 있다는것.

 

그렇다면, 선입선출을 위해 기존 맥주를 다 꺼내고 새 맥주를 집어 넣고

다시 기존맥주를 넣는 소모적인 작업은 생략해도 된다

이 부분에 대해 사모님께 의견제시를 해볼까 생각해보긴 했으나

그간 근무를 하며 느낀점은

사모님은  FM스타일이라는 결론.

 

맥주 선입선출관련 작업 개선안은 안 먹힐 가능성이 높았다

(물론 내가 맥주넣기를 하는걸 사모님이 옆에서 감시하고 있는다거나 하는게 아니기때문에

내맘대로 해도되지만 그건 내가 찜찜하다.)

 

소모적이고 불필요한 작업이라는 생각은 들지만,

손님들이 입장하는 시간까지

마냥 앉아서 지루하게 기다리느니

차라리 선입선출을 지키며

근육 트레이닝(-_-)을 하는편이 시간도 잘가고 재미있다는거.

 

기존에 있던 맥주를 다 꺼내고

 

(* 참고로 우리가게의 비밀아닌 비밀 하나

밀러 뒤쪽에 생강차와 인삼차가 보관되어있다 ^^ *)

 

기존 맥주를 다꺼낸후에는

 

새로 들어온 맥주를 넣는다.

 

이때도 허리보단 상체의 힘을 이용해서 넣는다

(냉장고 안쪽 깊숙한 곳에 허리를 숙이지 않고 팔과 어깨힘 으로 맥주를 넣는건

덤벨의 동작과 약간 비슷하다-_-)

 

 

제식훈련중인 필스너(...-_-)

여기가 군대도 아니고 칼같이 맞춰 배치할것까진 없겠으나

아무래도 반듯하게 배치하는게 보기에도 좋으니

넣는 단계에서 잘 맞춰준다

 

가게 안의 온도와 습도는 쾌적모드

(물론 손님들을 위한거지만^^)

음악도 흐르고 있다

언제라도 다른 음악이 듣고 싶어지면

카운터에 가서 내 맘대로 선곡해서 들을수도 있다

 

이 정도면 뭐

꽤 괜찮은 피트니스 라는 느낌(=_=)

으로 작업을 한다

 

작업이 끝나면

종이박스들을 잘 접어서

 

가게밖 재활용 공간으로 옮기면 완료.

 

작업 완료후

보기좋게 배치 된 맥주들을 보면 뿌듯함이 느껴진다

(....내 자취방이나 잘 치울것이지...--)

 

맥주 줄 세우기로 사모님께 칭찬을 받았던 적도 있었다-_-"

헛된 작업을 한건 아닌듯

 

아 잠깐.

하나 빼먹은게 있어서 보충.

 

위 사진으로 볼수 있듯이.

대부분의 국산맥주는 이렇게

플라스틱통 (보통 짝이라고 부르던거같음)에 담겨오고,

수입맥주들은 오른쪽 스텔라처럼 종이박스에 담겨져있다.

 

재미난 예외를 소개하자면

호가든의 라이센스를 받아 국내에서 제조되는 사실상 국내맥주인 ""가든(호가든..-_-)은 수입맥주처럼 종이박스로 포장되어있는데,

버드와이저는 종이박스가 아닌 플라스틱 짝으로 배송된다는 점.

 

(버드와이저도 국내유통되는건 국내OB공장 생산된다고 알고있음.

매달 버드와이저 미국본사(AB인베브던가)에 국내 버드와이저 샘플을 보내서 검사를 받는다고 하는데

외쿡버드와이저보단 향이 약해진 대신, 탄산감이 강해졌다는 평이 많음.

뭐 어차피 IPA를 좋아하는 내 성향상 국내생산이건 해외본사생산이건 내입에 싱겁기는 마찬가지 -_-)

 

 

내 생각인데 종이박스와 플라스틱 짝의 차이는 병을 재활용 하냐 안하냐의 차이가 아닌다 싶다.

고로 호가든은 유리병으로 분리되고, 버드와이저는 술병으로 재활용하지 않을까? 라는 결론

(실제로 짝에 들어있는 맥주병들은 주류업체에서 회수해감.)

 

다만. 그럴거면 호가든 병도 똑같이 회수처리해서 재활용하면 될텐데.

어차피 둘다 한국에서 생산하면서 왜 버드와이저 맥주병만 재활용 하는것인지에 대한 의문은 아직도 남아있다.

아니 왜 ?

 

아무튼 이게 왜 중요하냐면

가게에서는 플라스틱짝으로 들어오는 맥주들은

(카스, 클라우드, 카프리, 그리고 비운의 버드와이져-_-)

종이박스와는 달리 밀폐보관이 되어있지않으니 아무래도 병에 먼지가 더 붙어있을수있기에

 

 맥주들은 목장갑을 끼고 병을 한번 슥슥 닦아주는 작업을 추가로 해달라는

사모님의 지시가 있었다는 점.

 

=> 이것때문에 우리가게는 저렴한 국산맥주들이 냉장고에 넣을때

손이 더 많이 간다 ''

 

맥주작업을 하다가, 예전 개발자 시절이 생각났다

그 시절 매번 다른 사람과 협의를 하고

클라이언트의 새로운 기능 구현 제의가 들어오면

가능여부를 체크하기 위해

SDK나 개발문서를 뒤적거리거나

우리팀에서 가져올수 있는 데이터인지 확인을 하고

작업 중간에 서버가 다운되기라도 하면

긴장속에서 복구작업을 해야했다

거기에 비하면 이 맥주작업은

힘은 들지만 머리아플일은 전혀 없는

단독작업.

 

어차피 머리가 힘드나 몸이 힘드나 둘 다 일이니까

힘들다고 생각하면 비슷한데.

수년간 골치아픈 사무직만을 해왔던 나에게 꽤 신선하게 다가왔다.

이 단순작업은 오히려 힐링되는 기분이 들기도 했고.

 

웃긴건..집 정리는 그렇게 안하면서도

냉장고에 맥주를 열 맞춰 집어 넣을때에는

머릿속이 그렇게 편할수가 없었다

 

그런 이유로, 나는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주문한 맥주가 도착한 날을 꽤 좋아하게 되었다

 

p.s.

맥주넣기 피트니스가 성공적이였던건지  -_-

자전거를 못타는 겨울이 되면  체중이 많이 늘었던 자덕(자전거덕후)의 운명을 가졌던 내가

지난 겨울엔 오히려 체중이 줄게 되었다

y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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