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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사는이야기

알바용병의 호프집 알바일기 12, 팁

by hermoney 2017. 5.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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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온이 많이 내려갔다.

코끝이 찡한 날씨라 손님이 없겠구나싶었는데 의외로 손님이 많은 날이였다

아마 추워서 다들 실내를 찾아 들어오는듯

손님들이 연속으로 입장하고 순식간에 4테이블이 되었다

 

그 후에도 손님들은 연이어 입장을 했고

그동안 근무했던 화요일 중에서는 가장 손님이 많은 날이였다

 

 

그중 자주 오시는 단골손님이 나에게 다가오더니

수고한다고 맥주 한병 마시라며 아무거나 고르라고 하셨다.

 

오잉? 이건 도대체 무슨 상황인가??

이런게 바로 팁인가?

 

손님이 농담을 건네는 건가? 진짜로 고르라는건가?

아니 나는 지금 근무중인데 맥주를 마셔도 괜찮은가 ?

 

어떻게 대처해야할지 몰라 잠시 멀뚱멀뚱 서 있으니, 옆에서 보고 계시던 사모님이 웃으시며 끄덕끄덕 하신다.

나 대신 사모님이 한병 골라주셨는데 그 맥주는 바로 크롬바커 바이젠.

(사모님이 크롬바커를 좋아하심 -_-)

참고로 나는 그 아래에 있는 사무엘 아담스를 더 좋아하지만 뭐 크롬바커도 나쁘지않다.

 

이게 왠 떡 ?

아니 왠 맥주인가?

생각지도 않았던 맥주를, 차가운 크롬바커를 벌컥벌컥!

 

 

나는 술을 그렇게 좋아하는 사람은 아닌데 (...)

매일 밤 일을 하며 다른 사람들이 신나게 맥주를 마시는것만 구경하다보니,

맥주가 굉장히 땡길때가 많았는데 이때 한잔하니 좋았다.

가게에서 일하면서 마시는 맥주의 맛이란 !

이게 바로 세계맥주 알바의 즐거움이구나 !

 

근무시간중에 마신 술이였지만 약간은 간이회식같은 기분도 들었다.

그러나 기분이 좋았던것도 잠시

맥주의 영향인것일까 술기운(-_-)이 떨어져서일까 점차 심리적으로 퍼지기 시작.

이대로 집에가서 자고 싶었어져서 일하기 힘들었다 (...)

물론 마음만 그랬을뿐, 이날도 알바용병으로서의 소임을 다하고 퇴근 !

 

p.s.

이날 근무를 마무리하며, 떠오르는 예전기억이 있어 조금 적어본다

 

내가 신입 개발자였던 시절, 그당시 우리나라는 한참 IT붐이였는데

IT 프로젝트들의 비용은 서버나 회선비용, IDC비용등 기반 인프라비용을 제외한

대부분의 비용은 인건비가 차지한다.

 

고객은 대부분 단가를 더 저렴하게 제안하는 곳과 계약을 하게되기에

국내 IT3사(SK, LGCNS, 삼성SDS)를 비롯 대부분 "을"에 해당하는 업체들은

이익을 위해, 또 프로젝트를 따기위해 프로젝트 기간을 최대한 단축해서 (이말은 곧 인건비를 줄인다는 것이다.) 일을 진행하는일이 많았다.

발주사를 비롯한 회사측은 프로젝트기간을 줄이는건 근성으로 극복가능하다고 판단했던듯? (말이 안되는 -_-)

덕분에 당시의 개발자들은 대부분 야근,철야가 밥먹듯 이어졌는데 나도 그중에 한명이였다.

(한달에 2-3번 집에 가는 달도 있었다.)

 

할일은 많고 시간에 쫒겨도 가끔씩은 동료들과 회식을 하는 날도 있었는데

회식이라고 해봐야  저녁식사 시간에 삼겹살에 소주한잔,맥주 한두잔 기울이는게 다였다

 

물론 그렇게 간단한 회식을 (지금 생각해보면 회식이라기 보단 반주에 가까운거같다)하고,

곧바로 다시 사무실에 들어가 새벽까지 근무했다

그러다보면, 중간중간 술기운도 올라오고 어찌나 집에 가고 싶던지......^^

 

연일 이어지는 야근과 철야.

미혼이였던 나는 그나마 다행이였지만, 가정이 있는 분들은 (또 그들의 가족들에게는) 매우 힘든 시간이였을것이다.

물론 그런 일정은 그 프로젝트 뿐만 아니라, 이어지는 다른 프로젝트도 마찬가지.

 

..............

QA가 뭔가. 보안이 뭔가.

대부분 그런걸 신경쓸수도 그런걸 신경 쓸수있는 일정도 아니였다.

테스트 일정이 아예 빠져 있는 프로젝트도 많았다.

 

이런식으로 개발기간을 억지로 짜내는 일이 반복되면 마치 부실공사를 한 건물이 쓰러지듯

"아주 당연히"  완성된 프로그램에는 버그가 많았다.

 

결국 버그수정과 유지보수 비용이 초기에 책정한 개발비용보다 더 크게 발생.

당시 대한민국의 IT프로젝트들의 비용은 대부분 배보다 배꼽이 더 커지게 되고

갑 업체와 을 업체, 그외 모든 참가 업체들은 (그리고 그 서비스들을 이용하는 고객들도) 고통받게 된다.

 

p.s.

다행스럽게도 십년이상 이런 현상을 반복적으로 경험한 갑과 을들.

특히 발주사 (갑)측에서는 이런식으로 일을 진행하면 결국엔 돈이 더 들어간다는걸 몸소체험하게되고

요즘은 그래도 예전만큼은 무리하게 일정을 짜내는 일이 "조금은" 줄었다고 전해진다. -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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