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바용병의 호프집 알바일기 17, 팥죽 만들기

Posted by 허머니 hermoney
2017.07.26 09:24 그냥사는이야기

팥죽 만들기를 배운 날 .

우리가게는 세계맥주집임에도 불구하고 팥죽을 판매하는데 의외로 이게 잘 팔린다. (아니 왜? -ㅅ-)

그동안 팥죽을 찾는 손님들이 많았으나,

묘하게도 그때마다 내가 바빠서 배울 기회가 없었다.

 

이날은 왠일로 한적한 때에 팥죽을 주문한 손님이 있어

메모장을 가지고 (...-_-) 사모님이 만드시는 모습을 열심히 기록해보았다.

 

 

- 손님이 팥죽을 주문하면 (바쁠수록, 포스기에 주문 입력하는걸 깜박하면 안됨)

냉동실에서 얼려둔 팥죽을 꺼낸다

- 팥죽을 미리 만들어 식힌 후,카페 카페 테이크아웃용 컵에 넣어서 얼려두게 되는데 이때 잘 봐야 하는건 용량.

1인분 짜리는 컵에 절반정도, 2인분짜리는 컵에 가득 채워져 얼려있다.

 

- 냄비에 뜨거운 물을 넣고 팥죽을 녹인 후 컵과 분리한다

냄비를 씻은 후, 팥죽에 물을 살짝 넣고 끓인다.

- 팥죽이 끓는 동안, 작은 후라이팬을 꺼내 물을 넣고 끓인다

냉동실에서 새알을 꺼내 삶는다 5~7알 정도

- 적당히 팥죽이 녹으면, 쌀가루를 꺼내 (보통 1-2스푼팥죽에 넣는다.

쌀가루와 물은 농도를 보고 적절히 조절.

 

 

- 설탕을 작은 종지에 세팅

- 팥죽 전용 그릇도 꺼내둔다.

손님이 두분인데 팥죽을 하나 주문했을 경우, 센스있게 스푼 2개와 작은 그릇도 함께 세팅한다

 

- 이쁘게 데코하면 완료

 

 

 

사실 팥죽은 사모님이 낮에 만들어 두신다

나는 팥죽을 해동하고 녹이고 끓이고 세팅하는 일을 할 뿐

(팥죽만들기 만큼은 아닐수 있으나 그 과정도 은근 손이 많이 감=_=)

 

사모님은 손님이 없는 시간에 종종 가게에서도 팥죽을 만드실 때가 있다.

이걸 나에게 가르쳐주시면 아예 팥죽만들기도 내가 해버리면 좋을텐데

(손님이 없을때에는 심심하니까 차라리 일을 하는게 훨씬 재미있고 시간이 빨리간다.)

이런건 직접하시는 스타일인듯하다.

 

나는 옆에서 사모님의 팥죽 만들기를 구경하며 괜히 사진도 찍고

묵묵히 지켜보고 있다가 냄비 뚜껑같은걸 건내드리거나 하였다.

 

이 시간동안 가게안은 음악소리외에는 대체로 조용하다.

나는 말수가 많은 편이 아니라 공통관심사가 없는 경우에는 특히나 조용한 사람인데

특히 요 팥죽만들기 시간에는 내가 너무 말이 없어서 사모님이 심심하시지않을까라는 생각마져 들었다.

 

 

 

 

뭔가 내가 말을 재미나게 하는 사람이라면 이 팥죽쑤는 시간이 더 즐거운 시간이 되지않았을까?

하지만 나는 우리 어머니또래 되는 분과 이렇게 단둘이 시간을 함께 보내며 대화를 길게 해본적이 없기에

딱히 무슨말을 해야할지 모르겠다.

 

회사를 다닐때에는 업무적으로 만난 "잘 모르는" 사람들에게도 괜히 먼저 쓸데없는 이야기도 잘 건내고 그랬던거같은데

(협업하는 경우가 많기에 빨리 친해져야한다...-_-)

사모님은 이상하게 부모님또래의 "어른"이라는 생각때문일까

이상하게 이야기 하기가 어려웠다.

 

"아.. 이 아들뻘 되는 사람과는 무슨 이야기를 해야하나.."

어쩌면 사모님도 이런 고민을 하고 계셨을수도?

 

 

팥을 깨끗히 씻고, 물로 불리고

장시간 끓이는 듯.

또 중간중간 저어주고

반복하다가 갈아주는 작업을 해주면

 

완성.

이대로 식힌 후, 테이크아웃컵에 용량대로 담아서 얼린다.

 

사모님께선 팥죽을 대량 만드는 날은

한 냄비 정도 남겨뒀다가

내가 출근하면,저녁식사로 힘께 먹기도 했는데

 

이날은 안주 만들기연습도 할겸

모래집 볶음까지 만들어서

 

사모님과 함께 식사를 ''

 

만들고 나니,손님에게 나갈때보다

어째 재료가 더 풍족하게 들어간거 같다. (^^)

 

인스턴트 팥죽을 이용하면 편할텐데 싶으면서도

팥죽을 처음 주문하는 손님인 경우

"직접 만든건가요?"라고 물어보는 때가 많고

(그럴때에는 내가 괜히 으쓱하며  "네 그럼요!"라고 대답한다.)

또, 맥주가 아닌 이 팥죽을 먹으려고 찾아오는 손님들도 있기에 (ex 비오는 날 나타나는 팥죽3인조)

사모님은 매번 수제제작을 하시는거 같다

 

 

p.s.

팥죽이 2인분짜리만 남았을때 팥죽이 1개만 주문이 들어오면 남은 1인분은 그대로 남았다.

결국 내가 먹을수 밖에 없었는데 (yay~)

훈제 치킨과 마찬가지로 이때가 내 인생중 가장많은 팥죽을 많이 먹은 시기였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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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asdf
    • 2017.07.26 11:14 신고
    오오 1등 내가 젤 좋아하는 알바일기!!!!!!!!!!!!!!!!!!!!!! ㅋㅋㅋㅋㅋ 비오는날 나타나는 팥죽 3인조에서 빵 터졌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진짜 너무너무 꿀잼이에요!!! 이 스토리로 웹툰 제작해도 재밌을거 같아요 ㅋㅋㅋㅋ 스토리 작가 하셔도 될듯한 글솜씨!!
    • 의장님
    • 2017.07.26 11:22 신고
    오오오~~전 2등요
    글이
    허머니님만의 매력이 있어요
    아무일 아닌거 같은일이
    허머니님의 글로 바뀌면
    다르게 보게 된달까요
    고마워요 허머니님
      • asdf
      • 2017.07.26 12:44 신고
      맞아요 맞아요 분명 평범한 일상인데도 허머니님이 쓰시면 진짜 흥미진진하고 소설속의 주인공을 보는거 같이 느껴져요!! 정말이에요 !!!
    • (~ +_+)~
    • 차차
    • 2017.07.26 11:46 신고
    나 알바할때 생각나서 한참 재미있게 보고 있어요 사모님도 괜찮으신 분인가봐요 알바들 갈구지 않는거 같네요 제가 일하던 가게 사장님은 한번씩 히스테리 부려서 아주 쫘증이었는데 ㅠㅠ
    • 에공 그런일이.. T_T
      다행히 저희 가게 사모님은 잘대해주시는거같아요
    • 드림
    • 2017.07.26 15:53 신고
    이게 뭐라고 이케 꿀잼이지.....
  1. 세계맥주와 팥죽의 잘 상상이 안되는 오묘한 조합인데요 ㅋㅋ 팥죽만 먹으러 오는 손님이 있다니, 사모님의 솜씨가 좋으신듯 싶어요-
  2. 어릴 땐 팥죽 진짜 좋아라했는데 말이에요.
    동짓날에 없어 못 먹을 정도로 ㅎㅎ
    • 아삭보
    • 2017.08.01 01:21 신고
    으익알바시리즈잼나요
  3. ㅅㅏ모님은 1도 신경안쓸수도ㅋㅋㅋㅋ
    • 저도 그럴줄알았는데 꼼꼼하신분이라 그런지 나가기전에 다 세보시더라구요 후덜덜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