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테이크가 2000원이라는 문구에 훅해서 구입한 이마트표 척아이롤스테이크입니다.
오? 오오 스테이크가 2000원이라니.
신나서 4개 주문하고 보니
스테이크 한덩어리가 2000원이아니라 100그램당 2000원이더군요.
막상 사놓고 보니 거의 만원돈.
에.....별로싸지않다.
호주에서는 고기가 엄청싸다고하던데 여긴 왜이리 비싸.
나쁜호주놈들(-_-)... 캥거루가 그리좋더냐(-_-)... 별이상한말로궁시렁 궁시렁 되봅니다만
여긴 호주가 아니라 한국이니 어쩔수없는거겠지요.
그럴거면 안사면 되는걸 지가 사놓구서는 불평입니다. 상품설명을 잘읽어보던가. -ㅅ-
뭐 아무튼 그렇게 저는 만원으로 스테이크를 가진자가 되었습니다.
가진자의 스테이크
이걸 어찌먹어야하나....
딱히 떠오르는 요리법이 별로 없습니다.
그러고보니 의외로 스테이크를 먹어본적이 별로없군요.
옛기억을 더듬어 올라가보니 아 나름 몇번 먹어보긴했네요.
동료 결혼식때.....나오더라구요...스테이크가..
축의금을 3만원해서 가뜩이나 양심에 찔려했는데 호텔코스요리가..나오더군요..
대신.. 결혼식 사진을 열심히 찍어주긴했습니다만..아아...-_-
..그리고....음... 패밀리 레스토랑과는 친하지않지만 나름 빕스도 무려 한번 가봤구요...(-_-)
음....없나 이제..음...-ㅅ-
아무튼 여태까지 스테이크를 먹었던 기억은 뭐랄까요...
이름이나 생김새는 무지하게 맛있고 비싼느낌이였는데
(스테이크라는 단어가 주는 어감이... 왜 그렇게 찰지게 달라붙는건지 모르겠습니다. 아아 고기다 고기 딱 그느낌.)
막상 먹어보면 비싼건 맞는데 맛은 그럭저럭 이던.. 뭔가 실망스러운 느낌이였습니다.
저는 입안에 넣으면 지방층이 사르르르 녹으면서 육즙이 촤르르르 퍼지는 꽃등심이 훨씬 맛있더군요.
써놓고보니 내가 이걸 왜산거지라는 생각이 좀 드네요.
아무튼 먹어본적이 별로없어서 그런지 요리방법을 모른다는 말을 하고싶었던건데 좀 길어졌습니다.
사실 제가 요리가지고 이러쿵저러쿵하는건 우습지만
인터넷에서 레시피를 구하기쉬운 현재에서는 요리방법을 모른다. 요리를 잘못한다 라는건 안맞는말같아요.
우리가 요리를 못하는게 아니라 단지 우리는 예전과는 달리
요리에 정성을 기울일 시간이 부족한 세상을 살고있는것일지도 모릅니다.
요리방법을 모르면 인터넷에 찾아보면 됩니다.
척아이롤 스테이크 요리법.
스테이크 잘 굽는법.
뭐 이렇게.
포탈검색 사이트에서 저런 검색어를 입력하고있자니 뭐랄까요.
왠지 모르게 답답한 기분.
몇번의 요리실패탓인지 그후로는 뭔가 요리할때마다 너무 이것저것 사전 조사하는 시간이 길었습니다.
레시피를 찾고 집에 전화해서 어머니께 물어보고
설탕은 몇큰술, 간장 몇수저, 이거 몇그램을 넣어라 어쩌라...
야채는 잘씻어라, 고추 앞꼭다리는 농약이 남아있을수있으니 씻은후 잘 잘라라. 어쩌구 저쩌구....
갑자기 가슴한구석에서 알수없는 답답함이 밀려옵니다.
사슬에 묶여진 야수의 슬픔이랄까.
마구 뛰어 달리고 싶지만 그럴수없는 그런기분.
싸이클을 타고 신나게 자전거도로로 나왔으나 자전거도로에 온통 사람이 가득차있어서 힘껏 패달을 밟을수없는 그런기분?
(이상황에서는 천천히 가는게 맞습니다. 안전운전 안전운전.)
....그렇습니다 그동안 실패가 두려운탓에 너무 길들여진 방식과 같은 요리를 해왔다고 할까요.
스테이크라는 뭔가 남성적인 재료탓일까요?
왜그런지 이번에는 레시피를 찾기 싫었습니다.
그러고보니 스테이크란....
호피무늬 빤스를 입은 윗통을 다 드러낸 근육질의 남자가. (..-_-)
거친 평야를 뛰어다니는 소에게 창을 던져서 잡은후
해지는 들판에서 커다란 칼로 소를 해체하고.
어느새 어둑어둑해지는 별이 가득찬 하늘아래에서 모닥불을 피고
투박하게 자른 커다란 고기덩어리를 통째로 굽는..
그런 요리가 아닐까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아 이게 무슨 말도 안되는 환타지냐.-ㅅ- 뭔가 무슨 석기시대랑 서부시대가 섞인듯한..)
그렇습니다.
스테이크는 요리법따위 필요없어요.
가위로 한조각 잘라서 거칠게 후라이팬 위로 던집니다.
아아 실수입니다. 가위로 자르다니
왠지 조신해보이는거 같습니다. 그냥 손으로 잡아뜯어냈어야하는데 !
그리고 거칠게 단호한 표정으로 가스렌지를 켭니다.
불은 강 !
강불로 올립니다 !
그러고보니 원래 스테이크란 강한 불에서 굽는요리라고합니다만.
그런 디테일한것에는 신경쓰고싶지않았습니다.
그냥 제일 쎈불로 구워버리고 싶었어요.
대충 고기를 굽는다!
소스 따윈 없다 !
후추와
굵은 소금뿐 !
(사실은 재료가 없는거지만)
..............두둥!
가볍게 스테이크 완성 !
스테이크를 먹는데 젓가락이라는게 좀 걸리지만 젓가락이 설거지하기 더 편하니까. 젓가락으로 가봅니다.
(...이부분 부터 야성이 사라지고있슴)
어딘가에서보니 젓가락과 포크,칼로 먹는 식문화에서 생기는 문명의 차이점 같은 글들도 많더군요.
농경문화가 어쩌구 저쩌구...
그래서 이런 도구들이 발달하고 서양문화의 침략이 어쩌구 저쩌구..
문명의 차이고모고 거칠게 젓가락으로 꾹찍어서 한입 꾹 뭅니다.
이상하다 질깁니다.
입으로 뜯어지질않습니다.
거칠게 대충 굽는다고 하면서도 사실 나름 마음 깊은곳에서는 미디엄 레어를 추구했는데 그보다 훨씬 덜 구워진느낌.
아아... 입으로 뜯어지질않습니다.
결국 칼을 사용합니다.
거친 야생의 스테이크는.
...
그렇군요.
맛이 없군요.
..
이상하다. 왜맛이없지.
같은 소라고해도 뭔가 다른건지 예전에 먹어본 한우 꽃등심처럼 약간 덜익어도 살살살 녹기는커녕
그냥 질기고..
덜익혔는지..
피인지 육즙인지 뚝뚝뚝..-_-
맛없는건 둘째치고 일단 씹어지지가 않기때문에 결국
다시 굽기로 돌아갑니다.-ㅅ-
뭔가 패배한 기분.
재완성입니다....
구워진정도는 이정도?
뭔가 아까보다는 나은데
스테이크를 주문했을때 머리속으로 상상했던 그런맛이 전혀나지않는.
그냥 고기를 씹는다라는 정도는 충족시켜주지만 뭔가 육즙같은게 다 빠져나간건지
밍숭맹숭하네요.
결국 피클이나 머스타드 같은걸로 어찌어찌 먹긴했습니다만.
이번걸로 몇개 교훈을 얻었습니다.
우리집 후라이팬 코팅상태나 가스렌지 화력으로는 강한불로 하면 정말 겉에만 태워진다.
이상한 다른 소스를 첨가하는거보다는 후추랑 소금을 많이 넣는게 좋을거같고
여러번 굽는건 정말 맛없어지는거같다.
이날 먹은게 척아이롤 스테이크 2700원어치정도되는거같습니다. (...-_-)
생각보다 맛없음에 놀라서 잠시 고민하게 됩니다.
분당지엔느의 아침
아침과 점심의 사이.
조금은 게으르게 딩굴딩굴하게되는 그런 주말입니다.
밖으로나가야하는데 그래도 뭔가 먹고나가야 힘을 내서 움직일수있기때문에 무얼먹을까 싶다가
저번에 해먹은뒤에 봉인되어있는 스테이크가 생각납니다.
지금은 딱 적당히 배고파서 뭐든지 맛있게 먹을수있는상태.
게다가 저번 실패하면서 얻은 노하우를 이용하면 조금 나아질수도있을거같습니다.
뭐 사실 또 맛없어도 배고프니까 다 먹긴해야해요.
나름 브런치니까.
이번에는 뉴요커스타일로 가봅니다.
스크램블에그를 추가합니다.
계란후라이만들때처럼 중간에 노른자가 터지지않을까 스트레스받을일이 없어서 좋습니다.
스테이크는 이번에는 우리집 가스렌지와 조리도구에 맞게 작전을 조금 바꿨습니다.
시작부터 작은 조각으로 시작하고.
겉면은 조금은 타더라도 대신 뒤집는 횟수를 최소화.
그리고 어쩔수없이 불의 강도를 약하게 합니다.
소금과 후추는 충분히.
그렇게 시간이 어느정도 지나고.
접시와 소스를 준비합니다.
(자전거탈때 주로 반장갑을 꼇더니 장갑부분외에는 손이 까맣군요-ㅅ-)
대충 요리해서 먹고 살아왔지만 그나마 그동안 조금 느낀건.
보기에도 좋은게 먹기에도 좋다
정성들인 탓인지.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가 정말 맞는건지.-ㅅ-
이전과는 다른느낌.
살짝 검붉은듯한 육즙이 부드럽게 스테이크를 머금고 있고 특유의 고기향이 풀풀 납니다.
잘구워진거같습니다.
과일과 스크램블에그.
그리고 잘구워진 스테이크.
분당지엔느(..-_-)의 브런치가 되겠습니다.
플레이어에 음악을 올리고
식사를 시작하려는데.
아차.
커피가 빠졌군요.
브런치에는 역시 아메리카노
기왕 된장남이 될거면 철저하게 되어주겠다.
생긴거야 자전거같은거 타고 야외활동을 많이 하는터라 새까맣지만
마음깊은곳은 항상 된장을 머금고있는(..-_-) 예민하고 차가운 도시남자인겁니다.
이건 눈에 띄어서 조금 먹어보기로합니다.
하루에 몇알먹으면 좋다네요.
견과류.
저에게 견과류는 아직까지는 그냥 맥주안주로 보이긴합니다만
뭐 좋데요. 건강에.
아아 힘들었습니다.
이젠 드디어 먹어도될거같습니다.
혹시나 또 굽는데 실패했을까봐 피클과 파바스코소스,머스타드 소스도 준비했습니다만.
한입먹어본순간 다른소스들이 필요없다는걸 깨닫습니다.
저번과는 다르게.
너무.
너무나 맛있습니다.
같은 재료가 맞을까 싶을정도.
왜그런지는 모르겠어요.
정성이 들어가서그런가.
냉장고에 몇일 숙성되서 그럴수도있구요 흠.
후추와 소금. 그리고 육즙의 벨런스가 완벽했기에
오히려 돈까스 소스가 없는쪽이 더 좋았습니다.
질기지도않았고 꽃등심처럼 사르르 녹는맛은 아니였지만 중간중간 들어있던 떡심이라고해야하나요?
단단한 지방층이 쫀득쫀득한 식감을 가져다줬습니다.
브런치가 원래 이렇게 배찢어지게 많은 양을 먹는건지는 모르곘으나 -_-;
배터지게 먹은.. 만족스러운 식사였습니다.
처음에 먹을때에는 다시는 안사 나를 속이다니 이 사악한 이마트.
나쁜 호주놈들 (...-_-)
이랬으나 마음이 바꼇습니다.
앞으로 장볼때마다 200그램정도는 사기로.
요리의 뒤처리가 좀 슬프긴했습니다만.
뭐 이런건 설거지를 (언젠가) 하면되니까요.
소고기치고는 저렴한편인 호주 척아이롤 스테이크.
한번구입해볼만한 식재료라 평하고 싶습니다.
이상한 요리글 같지않은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요아래 손가락 꾸욱 눌러주시면 글쓴이에게 큰힘이 됩니다.
'먹어야산다_자취요리' 카테고리의 다른 글
처음만들어보는 콩나물요리. 콩나물국과 콩나물무침. (39) | 2012.11.15 |
---|---|
내생애 첫 된장찌개. 어머니께 전수받은 된장찌개 끓이기 (63) | 2012.11.04 |
심혈의 마늘김치볶음밥 만들기 (44) | 2012.09.24 |
아아아 치즈죽 (48) | 2012.09.10 |
[자취생반찬] 두번째 만들어보는 오이지무침 (60) | 2012.09.04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