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밤중의 깔루아 밀크

오랫만에 친구랑 밖에서 막걸리를 마셨습니다.

생각해보면 뭐또 그리오랫만도 아닌거같습니다만 (..-_-) 나이가 들어서인지 언젠가부터 친구를 만나면

실제로 물리적인 날짜의 텀이 길지않았다고해도 항상 이렇게 오랫만이라는 생각이드네요.

 

이친구는 예전부터.. 그러니까 음.. 제가 지금보다도 훨씬 더 방을 안치웠을때에도 제 방에 오는걸 참 좋아해주었던  친구라서.

이번에도 술자리가 끝난후 함께 제방으로 돌아왔습니다.

 

술자리가 끝난후 낯선 사람을 자취방으로 데려오다니 상황만으로보면 어딘가에서본 B급 로맨스 소설같은 기분도 조금 드는군요.

(라면먹고갈래? 라는 대사가 잠시 떠오르기도..-ㅅ-)

보통 그런 소설들은 배드씬에 대한 묘사가 자세했기에 학창시절 참 재밋게 읽었던거같습니다.

물론 아쉽게도(?) 지금 함께 방에 들어오는사람은  낯선 여자 사람도 아니고 그냥 술이 알딸딸하게 오른.

알게된지 20년쯤된. 참 오래된 남자친구놈입니다.

 

오랜 친구라.

그러고보니 표현만 보면 꽤 정감있는그런 느낌입니다만.

문득 남자사람의 입장에서 생각해본다면   역시 오래된 좋은친구보다는 당연히 낯선 여자사람의 방문쪽이 훨씬 더 좋은게 아닌가 싶은

약간은 19금적인 상상도 지나갑니다.

 

뭐...잠깐 상상은 이렇게 하긴하지만 제가 은근히 겁이 많아서 막상 낯선사람이 놀러온다고하면 주저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니면 겉으로는 젠틀한척하면서 속으로는 만세를 부르고 있을지도 모르겠고요.-ㅅ-

(후자쪽이 더 무게감이 실리긴하는데요.흠.-_-)

 

 

 

친구가 아까 마신 막걸리만으로는 왠지 모자른듯한 기분인지.

뭔가 한잔 더 하고싶어하길래.

방을 좀 뒤적거리다보니 재밋는게 보이더군요.

예전에 선물받은 깔루아입니다.

마침 우유도 있더군요.

 

깔루아는 아시다시피. 브랜디를 기본으로 커피와 코코아, 바닐라등이 혼합된 커피리큐르입니다.

흔히 여기에 보드카를 넣어서 블랙러시안 같은걸 만들어 마시곤합니다.

달달하긴하지만 나름 알콜도수가 26도쯤합니다.

뭐 워낙에 세상에는 독주가 많다보니 그리 독한느낌은 없습니다만

(예전에 L모 프로젝트하다 만난 다른회사사람이 사람이 사준 70도짜리 바카디의 맛에 워낙 충격을 받아서..그이후에 술은 그정도 임펙트는 없더군요. -_-)

사람에 따라서는 달다고 한잔두잔 마시다보면 훅갈수도있으니 주의를 요합니다.

 

 

 

빈컵을 꺼내서 우유를 붓고 깔루아를 조금넣습니다.

보통 깔루아 밀크는 우유와 깔루아 비율을 3:1정도로하는게 정석인데

제입에는 그게 너무 달더군요.

4:1의 비율로 넣습니다.

그리고 적당히 티스폰으로 휘휘저어줍니다.

얼음도 넣어주면 더 좋지만 얼음꺼내기가 귀찮습니다.

 

이게 뭐 얼마나 맛있겠어 커피우유랑 비슷하겠지 싶지만 그냥 커피우유랑은 다릅니다.

간단하고 생각이상으로 맛있습니다.

알콜때문인지 아니면 함께 함유된 코코아와 바닐라때문인지 은근 근사한 풍미가 있습니다.

저도 오랫만에 마셔보니 좋긴합니다만.........

 

남자둘이 방에서 마시고 있는 술이라는게  우유에다가 깔루아 탄거라니..

 

와.  이건 좀 너무 게이같은게 아닌가

 

라는 생각이 머리를 스쳐갑니다.

물론 저는 게이는 아니구요.

제친구놈도 제가 알기로는 게이는 아닌데..

사실은 아무도 모르는거니까요 조심.

(게이가 나쁘다는 말은 아닙니다.)

 

역시 남자둘이 마신다면 버번위스키나 싱글몰트 같은걸 마셔줘야하는게 아닌가 싶습니다.

우유라던가 달달한 리큐르같은걸 넣지않고 언더락이나 스트레이트로요.

 

복장은 꼭 적당히 핏된 셔츠를 입어야하구요.

셔츠 단추는 2개 풀러야하고  팔은 조금 걷은 상태여야합니다.

그리고 이게 중요한데.. 얼굴에는 잘다듬어지지않은 수염이 있어야합니다.

말끔하게 면도하면 안되요.

장소는 좀 어둡고 노란톤의 조명이 있는곳.

배경은음악은 ...  음.. 끈끈한 음악이라면 다시 게이물로 돌아갈수도있은니까 특히나 섹스폰이 들어간 음악은 금지.

 

....에...적다보니 영화나 미드를 좀 자제해야할거같아요.-_-

 

(아시겠지만 저... 버번이라던가 싱글몰트가 뭔지 잘모릅니다. -ㅅ-

그냥 뭔가 묵직한 어감의 술을 생각하다보니 떠오른게 저 둘입니다 -_-)

 

 

아무튼 친구가 잠시 자취방에 묵어가기로합니다.

 

 

친구는 영화를 좋아해서 영화감상중.

 

 

 

조금 입이 심심해서 간식을 먹기로합니다.

냉장고에서 팥빙수를 꺼냅니다.

 

 

 

마침 어제 먹다남은 우유가 있더군요.

팥빙수에는 역시 우유살짝이 진리입니다.

 

 

입구를 개봉하고

 

 

우유를 붓습니다.

 

 

건배.

 

 

어딘가의 밀탑빙수같은 맛이 나오진않습니다만 충분히 맛있습니다.

무엇보다 누워서 데굴데굴하면서 먹을수있다는점이 훌륭합니다.

 

그러고보니 문득 팥빙수를 먹을수있는날도 얼마남지않았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물론 팥빙수를 좋아하니까 한겨울에도 맛있게 먹을수는 있지만 겨울에는 가게에서 안팔아요.

밤에는 귀뚜라미소리도 조금들리는거같고.

그 지겨웠던 비도 오랫만에 몇방울 내리니 괜시리 방갑다는 생각이 들고 그렇습니다.

 

팥빙수를 먹으면서 그동안 사는 이야기를 듣다보니

남자둘이 방에 앉아서 팥빙수를 먹고있는꼴이 좀...

게이같다라는 생각이 또 스물스물..

아아..T_T

 

사는 이야기라고는 합니다만 뭐 남자둘이다보니 대체로 내용은 여자이야기랑 각종 음란한이야기들이 아니였나 싶습니다만.

뭐 사는게 다 그런거지요 에헴.

 

친구가 그동안 힘들었던지 얘기를 듣다보니 맘이 좀 안좋고 걱정도 되고.

 

사람은 사람때문에 즐거워지기도하지만

또 사람은 사람때문에 정말 더 외로워지기도합니다.

그럴때에는 잠시 혼자 있는게 덜 외로울때에도 있습니다.

 

기운내시오 설거지김.

 

아 하나 덧붙이자면 샤워한다고 방에서 옷을 벗는건 아닌거같습니다.

남자의 누드를 라이브로 보는건 기쁘지않습니다.

 

 

 

괜히 안스러운마음에..

라면 끓여주려고했는데..

보내기전에 밥을 좀 해먹여야겠습니다.

 

 

 

얼마전에 만들어놓은..

돼지 뒷다리살로 만든 돼지고기 불고기를 사용할까합니다.

1인분씩 비닐로 싸서 냉동실에 넣어두고 고기가 정 먹고싶을때 하나씩 하나씩 꺼내먹을예정이였는데..

아아아.. T_T

 

 

후라이팬에 기름을 살짝 두르고.

 

 

볶기 시작합니다.

 

 

완성되었군요.

 

 

상을 펴고 수저와 젓가락을 두세트 세팅.

반찬을 꺼냅니다.

아 엄청 귀찮아.

 

준비하는동안 누워서 핸드폰보고있는모습을 보고있자니 왠지 얄밉습니다 -_-;

이런게 주부의 마음일까요. 으음.

 

 

아주 편안한 속옷차림이라 어쩔수없이 모자이크처리.

 

 

아웃포커싱되었으니 요정도 노출은 괜찮겠지요.

 

설거지김은 계속 조신하게 밥을 기다리는중.

 

시선은 계속 영화를 향합니다.

부부사이라면 이런 시선이 서운할수도있겠지만

다행히 부부가 아니기때문에 상관없습니다.

오히려 똑바로 쳐다보고있으면 부담스럽습니다.

 

 

 

 

아무튼 식사가 완성되었습니다.

그나마 다행인건 장본지 얼마안된 시점이라 줄수있는게 있다는점인데.

 

그와중에 아.. 3번은 먹을수있는 불고기양이였는데 한번에 다먹겠구나.

라고 식량걱정을 하고있는 자신이 조금 슬픕니다.

 

대신 혼자먹는것보다 3배이상 맛있게 먹었습니다.

 

아무튼.. 밥차려주는건 꽤 힘들군요.

내가 지금 다른남자 밥차려주고있을때가 아닌데 -_-

 

 

 

이마트에서 상추가 비싸서 대신 구입했던 깻잎에

어머니가 주신 잣(발음조심..-_-)을넣은 볶음 쌈장을 조금 넣고.

직접만든 돼지불고기와 밥을 올립니다.

 

맛있습니다.

 

 

친구입맛에도 잘맞는지 잘먹는군요.

왠지 흐뭇하군요.

이런게 주부의 마음일까요. 으음.

 

 

답례인지 친구가 설거지를 싹해줍니다.

아아 설거지를 안해도되겠구나.

솔직히 별거아닌거같은데 그사실이 참 기뻤습니다.

그리고 그걸로 기뻐하는 자신이 왠지 조금 슬펐습니다-ㅅ-

 

그후 조금 시간이 지나서 친구는 가야할시간이 되어서 제방을 떠나고 저는 다시 혼자가 되었습니다.

언젠가 또 만나겠지요.

그때에는 지금보다는 조금 더 기운 펄펄나는 모습으로 봤으면 좋겠네요.

 

 

 

에..친구랑 같이 깔루아를 마신 이야기를 써야지하고 시작한이야기가..

깔루아로 시작해서 돼지불고기로 마무리되는 이상한 전개가 되었군요.-_-

하긴 사는게 항상 생각했던대로 되진않으니까요.-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