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는 봄이라고 하기에도 애매하고 여름이라고 하기에는 좀 이른 그런계절.
장소는 제주도 여행중 갑자기 고사리장마가 들이닥쳐서 몇일째 폭우가 내리는와중의 게스트하우스입니다.
아침시간이 지나고.
비가 엄청나게 내리고있는데 다들 열심히도 챙겨온 비옷을 입고 다들 어디론가 출발해버렸습니다.
저는 비옷을 안챙겨온 덕분에 별수없이 게스트하우스안에서 발이 묶여버렸구요.
할수있는일이라고는 가만히 누워서 카메라 메모리속에 있는그동안 찍은 제주도 사진을 보거나 게스트하우스내에 배치된 책을 읽는게전부입니다.
여기까지왔는데 누워서 책만보면 뭔가 좀 심심한게 아닌가싶었었는데
아무런일도 안하고 마냥 이불속에서 반쯤 졸린 상태로 책을 보는일은 꽤 즐겁더군요.
창문너머로 들리는 빗소리도 나쁘지않았구요.
(그때 무슨 세계여행에서의 서바이벌 기술 이런거였는데 온통 강도이야기, 도둑이야기 들이였습니다,..=_=
도둑을 조심해라 강도를 조심해라. 선교가 금지된나라에서는 그들의 종교와 관심을 존중해라 뭐 이런이야기들...)
그러고보니 몇일 올레길을 강행군한덕분에 발바닥에 물집이 잡혔었는데 잘됐습니다.
하루쉬면 좀 낫겠지요.
책보는게 질린다 싶을때쯤에
잠시 거실로나와서 괜히 가만히 있는 토토(이름이 이게맞나 가물가물하군요)를 만지작거리고있는데
밖에나가셨던 게스트하우스사장님인 김기사님이 들어오십니다.
김기사님 : 오늘은 어디안가시나요?
허머니 : 비도오고 딩굴딩굴 하루 쉴라구요..'ㅁ'
김기사님 : 마침 지금 밖에 식사하러 가려는데 점심 함께 먹으러가시지요.
허머니 : 네네넵!
뭐 이런대화였던거같습니다.
그렇게 얼떨결에 김기사님식구들 외식에 눈치도없이 끼어들고말았습니다.
(예의상 하신말씀이였는데 제가 덥썩문것일지도.^^)
게스트하우스 사장님
게스트하우스 사모님
게스트하우스 사장님의 아버님(아버님이라고 하니 왠지 느끼한데)
나
그리고 게스트하우스에 있던 다른손님 한명.
이렇게 비가내리는 바깥으로 나갈준비를 시작했습니다.
성읍민속마을 옛날팥죽
날이 꾸물꾸물하니 팥죽집에 가자고하시네요.
맛있는곳 아신다면서 도착한곳이 이곳입니다.
김기사님과는 4년전인가 5년전인가 제주도자전거여행을 하면서 알게된이후로 연락도 가끔하고 종종만나는사이인데요.
그동안 김기사님과 함께가본 제주도 식당들은 전부 다 맛있었기에 이분의 입맛은 꽤 신뢰하는편입니다.
(저는 입맛의 레벨이 낮아서 왠만하면 다맛있다고하는편이라 가성비위주로 식당을 찾아다니는편이기도하고
제가 맛있다고하는집은 맛있다기보다는 그냥 가격이 싼집이 많은데요.
다행히 주위 친구나 형들이 입맛들이 까다로운편이라그런지 그들이 가는곳을 따라가면 어느정도는 꽤 맛있는곳을 가게되더군요. 물론 안그럴때도있구요-_-)
성읍민속마을의 식당거리에 위치한곳입니다.
비가 참 무지막지하게 오네요
비가 안오는날에는 마당에서 먹는것도 꽤 괜찮을듯싶군요.
물은 손수 드십니다.
라는 문구가 왠지 모르게 피식하는 웃음이 나게했습니다.
식당의 겉모습포스나 문구같은건 어르신들이 운영하시는곳같은느낌이였는데
서빙하시는분이나 요리하시는분들은 젊은 여자분들이였습니다.
식당주인 따님들이신건지..
식당의 다른부분들은 기억이 잘안나는부분이 많은데 직원들이 젊은 여자였다는 사실은 기억나는걸 보면 제가 남자가 맞긴한가봅니다.-ㅅ-
(주방에 있는 여자분은 진한색의 스키니진을 입고있었고 또다른 서빙하시는 여자분은 짧은 반바지를 입고있었습니다.
멀뚱히 앉아서 팥칼국수를 기다리는데 반바지를 입은 여자분이 반찬을 하나하나 내오시더군요.
봄 햇빛에 탄건지 다리의 피부색이 가무쟙쟙했습니다.
생김새나 표정은 새침한 느낌이였는데 그걸보니 왠지모르게 건강한느낌이 나더군요.
비를 맞은건지 땀인건지 종아리쪽에 물방울이 몇개 흘러내리는게 보이는데
왠지모르게 그걸 자꾸 쳐다보게되었습니다.
그분 제 시선을 느꼇는지 묘한표정으로 저를 바라보더군요.
잠시간의 눈마주침.
저는 뭔가 훔쳐보다가 들킨듯한 생각에 민망한 웃음을 지어보고 황급히 팥칼국수를 먹고 나오는데
갑자기 저를 부르더군요.
저기요..
네..네..?
우산두고가셨어요.
우산을 건내받는도중에 잠깐 손이 스칩니다.
......에... 뭐야 갑자기 어설픈 애로소설같이 되어가는군요.-_-
저는 몇일후에 있다고하는 제 민방위 교육날짜도 정확히 몇일에 하는지도 잊어먹는사람이라
당연히 위에 쓴글은 예시글이지 저사람들이 뭘입고있었는지 어찌생겼는지 그런건 기억도 안납니다 으하하
기왕쓴김에 뭔가 좀더 세밀하고 끈적끈적한 묘사도 해볼까했었는데 안그래도 변태의혹을 많이 받고있기때문에
그런건 안하는게 좋겠군요.)
아무튼 그래서인지 물컵도 요런모양입니다.
아 귀엽습니다.
컵을 아작아작 뜯어먹고싶을정도로 귀여운컵입니다.
하나 갖고싶었다는...
고양이모양말고 푸들모양 그림도있으면 하나사고싶었습니다.
에..저는 팥죽은 좋아하면서도 싫어하는편인데요.
이게 무슨말이냐고하면 팥죽 자체는 좋아하는데 팥죽안에들어있는 찹쌀로된 새알(?)은 싫어하기 때문입니다.
이상하게 꼭 팥죽안에는 새알이 들어있는데 싫어한다고 새알을 남긴다거나 하는편은 아니라
팥죽을 먹으면 꼭 새알을 어거지로 꾸역꾸역 먹게됩니다.
그래서 팥죽을 좋아하면서도 싫어하게되었는데요.
그런고로.... 저는 팥죽집이지만 팥칼국수를 시켰습니다.
그러고보니 저를 데려가신 김기사님도 그렇고 저외에 다른분들도 다 팥칼국수를 시킨걸보면
팥죽집인데 팥죽보다 팥칼국수가 더 유명하지않나싶기도하구요.
조금 기다리니 팥칼국수가 나왔습니다.
비때문인지 좀 쌀쌀한듯한 날씨였는데
김이 모락모락나는 팥칼국수를 보니 흐뭇했습니다.
크게 인테리어에 신경안쓴듯해보이면서도
저 대나무로 만든 식탁이라던가 음식을 담은 그릇만 봐도 은근히 이것저것 신경많이 쓰는집이라는게 느껴집니다.
팥국물을 한입맛봅니다.
끈적끈적하고 살짝 짭자름하면서 맛있군요.
제대로하는듯한느낌.
이대로 먹어도 괜찮은데 저는 단팥죽느낌으로 조금은 달달하게 먹고싶었습니다.
설탕을 한스푼넣구요.
젓가락으로 칼국수를 한젓가락 들어올려서 후후불은뒤에 한입넣습니다.
맛있습니다.
면의 결이나 그런부분이 불규칙적인걸로봐서 수타면인가 싶기도하고
아니 뭐 수타면이냐 기계로 뽑은면이냐 그런걸 둘째치고
면의 탄력이나 식감이 참좋았습니다.
분명 저렇게 두꺼운면이면 팥국물과 면의 맛이 잘섞이기어려울거같았는데 전혀그렇지않더군요.
게스트하우스 사장님이면 몰라도 사모님과 사장님 아버님과 함께해서그런지
참 조용한 자리였는데요.
후루룩 후루룩 먹으면서 서로 간간히 아 맛있다 맛있다 이런정도의 대화만 오고갔었습니다.
가족모임에 손님이 껴서 어색해서 대화가 없었는지 팥칼국수가 맛있어서
서로 먹느라 바뻐서 조용한건지는 모르겠구요.
그냥 모두가 조용히 칼국수를 열심히 먹었습니다.
맛있었어요.
찬은 열무김치와 요 볶음김치? 두종.
간결한데 더이상뭔가 다른 반찬이 필요하다는 생각은 들지않았습니다.
저건 아마 익은 김치를 물로 씻어서 참기름이나 들기름을 살짝넣고 고추를 다진후 깨소금과 양념을 함께넣어서 살짝 볶은게 아닐까 싶었는데요
제주도 김치 스타일은 제입에 안맞는편인데 이김치는 맛있었습니다.
3번 리필해서 먹었습니다 (-_-);
다른테이블에서 팥죽먹는걸봤는데 엄청나게 크더라구요-_-;
이런정도라면 좋아하면서 싫어하는 팥죽이지만 팥죽도 한번먹어볼만할거같았어요.
저는 이때까지만해도 팥칼국수를 굉장히 좋아하는사람은 아니였는데요.
제가 별로 안좋아했었던 팥칼국수를 좋아하게 변했던 시점은 아마 이날부터가 아니였나싶습니다.
그후로는 팥칼국수라는 단어자체에 꽤 호의적으로 되었습니다.
그후로 다른곳에서도 팥칼국수를 몇번먹게되고 어찌보면 그집들의 팥칼국수도 이집과 크게 다른맛이 없었던거같은데
이상하게 이날먹었던 그런맛과 느낌이 안들더군요.
아마 음식자체보다는 그때의 날씨, 그때의 느낌같은것에서 이곳에서 먹었던게 특별하게 기억하고있는게 아닐까싶습니다.
(아니면 게스트하우스사장님한테 칼국수를 공짜로 얻어먹어서 그럴지도-_-;; 역시 공짜로 먹어야하나 -_-)
그후로는 다시 게스트하우스로 돌아와서
다시 책을 몇권뽑아들고 침대에서 딩굴딩굴 시간을 보냈구요.
살빼는 법 뭐 이런책이였는데 적게먹고 운동해라 뭐 이런내용이라 분노했었던 기억이 나구요.
저녁이 되어서 다시 게스트하우스표 바베큐를 먹고
모르는사람들과 술자리를 갖고
다른사람 사는 이야기도 좀 듣다가
잠자리로 들어왔습니다.
신발이 발에 잘안맞아서 물집이 꽤 잡혔는데 전날 터트린물집들이 이젠좀 참을만하게 나은거같아요.
내일 비가 그친다면 다시 잘걸을수있을듯.
불을끄고 자리에 눕습니다.
제주도가 좋아져서 여기에서 한번살아보고싶다는생각을 하던 때였는데
문제는 시기였지요.
당장 다때려치고 내려갈까 아니면 때려친김에 시간을 좀내서 여행도 해보고 쉬었다가 나중에 내려갈까
여기와서 내가 뭐 해먹고 살거리가 있을까 ...누워서 불을끄고 그런 생각을 했었는데요.
그와중에도 술좋아하는사람들 몇몇은 자리에 계속남아서 술을 마시는듯 저멀리서 술마시고 웃고 말하는소리가 들리더군요.
잠자리에서 들리는 소리였지만 신경쓰였다기보다는 왠지 모르게 자장가 같은 느낌이라 푹잘수있었습니다.
조만간 다시 제주도에 갈건데 그때에 다시 저집에서 팥칼국수를 먹어보려고합니다.
솔직히 아마 이때먹은 맛이 그대로 날거같진않지만요.
그래도 다시 꼭 가고싶은집이였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는 민방위 훈련때문에 자전거타고 본가에 가려고하니 비가 왔네요 =_=
찬바람 분다고하니까 감기조심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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