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그냥사는이야기

알바용병의 호프집 알바일기 20, 골뱅이무침 만들기

by hermoney 2017. 10. 20.
반응형

이날 내가 배운 메뉴는 골뱅이 무침.

소주를 마시는 손님들에게 인기가 많은 메뉴이기도 하고

(세계맥주집에 와도 꼭 소주만 마시는 손님들이 많다 -ㅅ-)

손이 많이 가는 메뉴이기도 하다

 

내가 알바면접을 보던 날, 면접이 끝나갈 무렵 사모님께선 궁금한 점이 있으면 물어보라 하셨는데

그때 나는 "가게에서 제일 만들기 어려운 메뉴는 무엇인가요?"라는 질문을 했고

그에 대한 답은 바로 '골뱅이 무침'이였다

(지금 생각해보니 좀 당황스러우셨으려나...? 첫 출근을 앞둔 알바생의 첫 질문이 다른 것도 아닌

제일 만들기 어려운 메뉴가 뭔가요? 라니 ㅋ)

 

흠......골뱅이 무침이 만들기 어려운 메뉴??

골뱅이 무침이.....??

골뱅이 무침이라면, 나는 이미 자취방에서 몇번 만들어 본데다,

어렵다고 느껴본 적은 없다

(오히려 만들때마다 느꼈던 점은 골뱅이의 비싼 가격이 인상적이긴했다 -_-)

........................

 

골뱅이무침 만들기

 

- 골뱅이는 큰 사이즈의 캔 한통을 모두 사용한다 

(우리집은 유동골뱅이만 사용하는데 사모님이 "골뱅이는 유동이지"라고 하시는걸로 봐서는 그분의 기호인듯)

- 먼저 넉넉한 양념볼을 꺼내어 골뱅이캔에 있던 국물을 1/3 넣는다.

- 나머지 국물은 다 버리고 양념볼에 골뱅이를 모두 쏟는다.



 

- 가위를 이용해서 골뱅이를 세로로 2등분 한다

(나는 잘게 자르는걸 선호하는데 사모님은 큼직큼직해야 먹음직스럽다고 함.)

- 정해진 국자(사진에 있는 국자)로 양념장을 크게 한스푼 그리고 참기름 한스푼

 

 

 

- 냉장고에서 손질해둔 채소(양파,당근,오이를 적당히 썰어 지퍼백에 1회분씩 소분해 둔것)를 양념볼에 넣는다

- 준비해둔 파채와 깻잎(미리 씻어 칼로 몇등분 잘라준다)도 꺼내어 양념볼에 넣어준다

- 비닐장갑 착용후,채소가 뭉개지지 않도록 살살 조물조물 비빈다

 

- 사각형 접시에 무침을 높게 쌓는다.

이때, 주의해야 할점이 있다.

우리가게 골뱅이무침은 양이 많은 편이라(거의 3-4인분-_-) 높게 쌓아야 하는데

중간에 쓰러지면 낭패. (그럴때에는 새접시에 다시 담는다. 아아 설거지 추가)

 

- 이제 냄비에 물을 끓여 소면 삶을 준비를 한다

 

물이 끓으면 소면을 투하하고,냄비의 물이 끓어 넘치려고 할때 찬물을 살짝 넣어주면

넘치려던 물이 조금 진정된다

끓어오르면 찬물 조금,다시 끓어오르면 찬물 조금 이렇게 2번의 과정 후

소면이 잘 삶아졌는지 한가닥 정도 꺼내 확인한다

적당히 삶아졌다싶으면,재빨리 찬물에 여러번 헹궈 준 소면에 밑간을 한다

(소면에 맛소금 살짝 , 참기름  살짝 넣고 조물조물)

 

 

- 사각접시의 동서남북에 소면을 돌돌 말아서 배치

- 깨소금 솔솔~

- 젓가락과 앞접시 세팅하면 끝

 

골뱅이 무침은 무침을 위한 파트, 소면 삶기 파트 2가지로 나눌수 있는데

손님이 많을 때면,사모님과 둘이 각각 한파트씩 맡아서 완성시켰고

점차 익숙해짐에 따라 나 혼자서 무침과 소면삶는 작업을 동시에  해내기도 했다

(물을 렌지에 올린후 무침 만들기 시작. 물이 다 끓을때쯤 무침을 끝내고 곧바로 면삶기 이런식-_-

동시에 진행하면 정신이 없지만 조리시간을 크게 단축할수 있었다.)



 

익숙해지고 동시진행으로 골뱅이 무침 만드는 속도도 빨라지긴 했지만 아무래도

다른메뉴에 비해 손이 많이 가는편이라손님이 몰릴때 골뱅이무침을 주문받으면 난감 -ㅅ-

그러다보니 나름 접객의 꼼수가 늘었는데,

"죄송합니다~ 지금 안주 주문이 많이 몰려서 골뱅이 무침은 30분정도 걸릴거같은데 괜찮으시겠어요?"

라고 말을하면 대부분 오징어 땅콩처럼 금방 내갈수 있는 안주로 바꿔서 주문을 해준다.

럭키 (--)

 

손이 많이 가는 메뉴였지만, 좋은 점도 있었다

 

주문이 들어오고 사모님께서 골뱅이 무침을 만드실 때면

"허머니도 골뱅이 무침 먹을래?" 라고 물어보셨고 나는 그때마다 "고맙습니다+_+" 했다.

그러면 사모님은 골뱅이무침과 소면을 조금 남겨 나를 따로 챙겨주셨다

 

덕분에 좋아하는 골뱅이 무침을 원없이 먹을수 있었다.

(거의 매일 먹었다 으잌ㅋㅋㅋ 어떤날은 하루에 3번 이상 먹을때도 있었고 포장해서 집으로 가져간날도 있었다 -_-)

모듬소세지나 닭모래집 볶음은 자주 먹으면 좀 시큰둥해지던데,

골뱅이 무침은 그렇게 자주 먹어도 늘 맛있었다 신기하다)

 

어떤날엔 혼자서 주문으로 들어온 골뱅이 무침을 6~7개도 만들어 내갈때도 있었는데

(손님 기다리지 않게 휙휙 혼자서 다 해냈다 으쓱으쓱)

그럴때면 만들고 남은 양념에 소면을 비벼 먹기도 했었다

 

객관적으로 평가하자면, 우리 가게 골뱅이 무침은 높은 평가를 받을 만한 맛인데다

넉넉한 양이라 칭찬 할만한 메뉴.

다만 안주가격이 좀 높긴한데,  유동골뱅이 한캔 가격만 해도 6~7000원 하니까

원가 자체가 쎄다는 점을 고려하면 뭐-_-)

 

종종 손님들이 어떤 안주가 맛있냐고 물어올때면

당연히 골뱅이 무침을 추천해줄만 했지만

나는 주로 오징어땅콩이나 한치 같은 메뉴를 추천했다는건 조금 양심에 찔리는 부분 (^^)

이라고 할 수 있겠다.

 

 

p.s. 1

이전에 일하던 알바들중 몇은 골뱅이무침을 만들지 못했다한다

(걔중에는 과일안주 조차도 어려워하는 알바도 있었다고 한다)

 

나는 오랜 자취생활로 혼자 음식을 만들어 본 경험이 있어서인지

사장님 사모님의 우려와는 달리 어려움을 느끼진 않았다

자취생활이 내가 일을 하는데 도움이 될줄이야

 

 

p.s. 2

가끔은 매콤한걸 아예 못먹는사람들이 있는데 (아니면 맵다고 얼음물을 한통 달라고 하거나...

쿨피스 없냐고 물어보시는분도 계셨음 -_-)

이럴때에는 주문시 미리 물어봐서 양념장을 줄이고 골뱅이 국물을 많이 넣는다거나 하는걸로 해결.

 

p.s.3

면을 많이 달라고 하는 손님도 종종 있었는데 소면을 넉넉히 2-3덩어리 더 삶아서 갖다주면 매우 기뻐했다.

내 소면은 아니지만 (...-_-) 괜히 흐뭇


p.s.4

갑자기 매콤달달한 골뱅이 무침에 쫄깃한 소면 비벼서 먹고싶어진다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