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으로 장을 보다가 이런 문구를 발견하였습니다.
"꽃게가 제철. 제철맞이 대세일"
그리고 커다란 꽃게 그림.
그 아래에 써있는 600원.
그리고 그 아래에 작은 문구로 써있는데 100g당 이라는 문구.
흠... 그러고보니 언젠가 tv에서 본 장면이 떠오릅니다.
tv생생현장 뭐 이런 이름의 프로였는데 리포터가 어업 취재를 위해 어선을 타는데.
그 배위에서 선장님이 즉석해서 잡은 꽃게를 라면에 넣어서 끓여주고.
그리포터는 그 라면의 국물을 마신후 시원하다는듯이 크아아아~ 라는 소리를 내면서 연신 엄지손가락을 들어대더군요.
음 맛있겠군 -ㅅ-)!
.......그러고보니 그런 꽃게라면은 한번도 먹어본적이 없었던거같아요.
뭐 저는 꽃게가 100g에 600원인게 가격이 싼건지 비싼건지 모릅니다만.
600원이면 한번 사서 실패해도 타격이 크진않겠구나 싶어서 장바구니에 낼름 넣어봤습니다.
200g구입. 1200원.
200g을 구매했는데 한마리가 도착했습니다.
장볼때 최소구매단위가 200g 인걸 보고 저는 이미 눈치채고있었기에 당황하지않았습니다. 후후
(예전에 이런 비슷한 경우에 왜 딸랑 한개 오냐고 분노한적이 있습니다....바보같.....-_-)
아무튼.. 세일이 아닐때에는 2500원 하나봅니다.
슬쩍 꺼내봅니다.
꽝꽝 얼어있네요.
왠지 모르게 한쪽 집게발만 내밀고 있는 모습이 꽤 위풍당당한 느낌.
생물을 손질하는건 별로 해본적이 없기에 인터넷에서 꽃게 손질하는법을 좀 찾아봤습니다.
먼저 물에 잠시 넣어둡니다.
미지근한 물에 한 10분쯤 넣어두니 많이 녹은거같아요.
꺼내봅니다.
다리가 몇개 부러져있습니다.
그러고보니 싸게 세일하는 꽃게들은 이런경우가 더러 있다고하더군요. 온전한건 조금더 비싸다고합니다.
저는 조금 둔한편이라그런지 다리가 몇개 있건없건 별로 신경쓰이지는 않더군요.
음.....예전에 생닭을 손질할때에도 느꼈지만...
토박나있는건 아무생각없이 요리를 할수있는데 이렇게 한마리 통째있는걸 손질하는건 뭐랄까..
왠지 좀 무섭고 징그럽고... 미안하고 그렇습니다.
이꽃게또한 누군가의 부모이거나 자식일텐데..
미안합니다 잘먹겠습니다.=_=
꽃게손질하다말고 어딘가에서본.. 살아있는건 그 자체가 이미 죄이고 또 살아있는건 그만큼 죽음과 가깝다는 말이 떠오릅니다.
뭐 생태계 순환이니까.. 이런 말로 스스로에게 면죄부를 주고 다시 손질에 들어갑니다 -_-
인터넷에서 보니 모래가 많이 묻어있을수있기때문에 해동을 한후에는 칫솔로 구석구석 닦으라고합니다.
칫솔이.. 현재 사용하는거 외에는 화장실에서 사용하는 청소칫솔이 있긴한데..
그건안되겠죠.
음. 그렇다고 새 칫솔을 사용하기에도 좀 그렇고..
그렇게 집을 뒤적거리다가 발견했습니다.
예전 4대강 자전거여행할때 양평쯤에서 묵었던 모텔에서 받아온 모텔용 칫솔입니다 -_-
칫솔로 잘닦아줍니다.
아가미 부분을 특히 잘닦으라고하던데.
아가미가 이건가 싶어서 슬쩍 들어올렸더니만.
으읔.
징그럽게 생겼습니다.
특히 저는 예전부터 이런... 껍데기가 딱딱하고 내부가 말랑말랑한 생물체(벌레라던가..곤충이라던가..뭐그런애들....-_-)를
좋아하지않았기에 쉬운작업이 아니였습니다.
위아래를 잡아뜯으면 이렇게 분리되더군요.
먹기좋게 손질하고.
물을 받습니다.
끓일때 소주를 살짝넣어주면 좋다고하더군요.
집에 후라이팬청소할때 사용하려고 남겨둔 소주가 있어서 그걸 넣어봤습니다.
언젠가는 미림같은 맛술을 넣어볼날도 있겠지요.
쌩뚱맞은 질문인데... 맛술을 요리에 안넣고 그냥 마셔도 되는걸까요?
보글보글끓기시작.
내장때문인지 거품이 조금 생깁니다.
끓이니까 빨갛게 색이 변하는군요.
얼큰 칼칼하게 하기위해서 청양고추도 2개쯤 넣어주고요.
개인적으로 신라면은 그리 좋아하는편은 아니지만 그래도 이런요리에는 이런..
스탠다드한 라면을 사용하는게 좋을거같다는 생각에 이걸사용합니다.
문제는.. 요리하던때가 9월초였는데.
라면 유통기간이 6월이군요..
음.-ㅅ-
뭐 괜찮겠죠.
처음에 꽃게랑 물만 넣고 삶았을때에는 왠지 불안했는데
청양고추도 넣고 라면스프도 넣어보니 점점 그럴싸해지고있습니다.
국물이 좀 많아 보이더군요.
라면이 싱거운건 못견디는 성격이라 고심끝에 3개를 사용하기로했습니다.
제작비 급상승중-_-
꽃게 1200원.
신라면 3개 1800원.
가격도 가격인데 과연 내가 다 먹을수있을까요.
한참 운동하던 때라면 가뿐하게 먹을수있을양인데 요새는 양이 좀 줄어서 자신감을 많이 잃었습니다(..-_-)
인생을 살면서 만날수있는. 또하나의 도전이 될것같습니다.
스프도 다 넣었겠다.
면도 다넣어겠다.
이제 조금 여유를 가지면서 기다려볼까요.
평소에 잘듣지도않는 첼로가 갑자기 듣고싶어서 유투브로 음악을 틀어놓고 다 익기만을 기다립니다.
꿀꺽 +_+
...맛은 아직 모르겠지만. 비쥬얼은 정말 좋습니다.
완성입니다 !
음.........
꽃게를 이렇게 정방향으로 해두니까.
왠지 째려보는거같아서.(..-_-)
슬쩍 반대로 돌립니다.
국물부터 맛봅니다.
눈을 감습니다.
.....
어느순간 주위는 자취방에서
서해앞바다에 있는 꽃게어선으로 바뀌었습니다.
열심히 그물을 끌어올리고있는데
저 뒤쪽에서 선장님이 라면이 다됐다고 라면먹고 일하라고 부르십니다..
(...조금 오바인가..-_-)
입속에 넣자마자 크.....
라는 소리가 입에서 절로 나옵니다.
뭐랄까...
뜨거운 목욕탕안에 들어갈때 나오는 그소리입니다. (이게.. 어렸을때에는 안그랬던거같은데 언젠가 부터 뜨거운 탕에 들어가면 크~ 이런소리가 나옵니다 -_-)
만들면서도 계속.. 과연 먹을만할까. 라고 걱정했었는데 굉장히 맛있습니다.
"얼큰하면서 시원한 국물" 이라는건 이런맛을 표현하기위해서 만들어진 문구같은느낌이랄까요...
마트에서 장볼때 시식으로 먹었던 풀무원인가의 꽃게라면의 국물이랑 좀 비슷한 맛이 나서 다른의미로 꽤 감탄했습니다.
처음으로 찐 게를 먹었을때 먹어본 게의 속살맛이 오양맛살이랑 맛이 비슷해서 게의 맛보다는 오히려 오양맛살에 감탄을 했었는데..
그거랑 비슷합니다.
물론 꽃게라면은 시식만 하고 구입하진않았습니다..
비싸서요..
시식아주머니 미안합니다 많이 먹고 안사서..T_T
그러고보니 어머니가 주신 총각김치가 있군요.
라면에는 김치죠.
이런것도 해봅니다.
제작비 3000원의 행복.
..........그러나 아무리 맛있다고한들 역시 3개는 무리.
국물을 안마셨으면 가능했을거같았는데.
국물을 안마실수가 없었습니다.
자꾸만 들어가던군요.
그 국물을 입에 퍼나르던 그 손을 중간에 도저히 멈출수가없었습니다.
맛있게 먹었다는 만족감뒤에
남기고말았다는 왠지모를 패배감이 다가옵니다..
꽃게라면.
제철에는 정말 제작비에비해 엄청난 맛을 볼수있는 그런요리같습니다.
단...
꽃게 손질이 귀찮아요.
능숙해지면 빨리 할수있을거같은데.
그 아가미안에 있던 꽃게의 털들이 무서워서 -_-
자주 해먹지는 못하겠습니다만..
최소 일년에 한번쯤은.
특히나 꽃게철에는.
꼭 먹어봐야할 그런요리로 생각됩니다.
추천합니다.
갑자기 가을비가 많이 오네요.
어제 결혼한 친구와 라이딩간 친한형이 걱정됩니다.
저도 외출했다가 이제좀 정신을 차리고 있습니다.
비가 와서 조금 아쉽지만 편안하게 쉴수있는 그런 좋은 휴일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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