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집에서의 두번째날입니다.
아침에 눈을 뜨니 부엌쪽에서 어머니가 밥하시는 소리가 들리더군요.
잘자는거같아서 일부러 깨우시지않으셨다고하네요.
어제밤은 김치찌개였는데 오늘 아침은 된장국이군요.
어머니에게 어제밤에 먹은 김치찌개가 반이나 남아서 그걸 먹으면 되는걸 어떻게 끼니때마다 새로 음식을 하냐고 물어보니
좋아하시는거같습니다.
자취하면서 요리를 좀해보니 예전같으면 끼니마다 새로운 국이 나온다던가 찌개가 바낀다거나 하는 이런게 얼마나 힘든건지 생각도 못했을건데요.
점점 주부화되어가고있는건지 모르겠습니다-ㅅ-
....아무튼 잠에서 깨어보니 아침이 차려져 있는 그런 멋진일이 펼쳐져있네요......
(혼자 살아보신분들은 모두 아시겠지요.. 이게 얼마나 큰 행복인지...T_T)
밥을 먹을때 다래와 머루도 항상 옆에 있습니다.
우리가 너무 좋아서 떨어져있기 싫어서 붙어있는건 아닌거같고... (..-ㅅ-)
눈빛을 보니 밥달라는 눈빛입니다.
어머니, 아버지, 나, 다래, 머루
5식구의 아침입니다.
그러고보니 어렸을때에는 엄마, 아빠라고 불렀었는데 (지금도 그렇지만..)
이상하게도 언젠가부터 남들있는곳이나 글쓰는곳에서는 엄마, 아빠라고는 잘안하게되는거같아요.
왜그럴까요 으음.
이럴때보면 예전처럼 사이좋아보이는데
다래가 왜그렇게 머루를 못살게 구는건지.
머루는 백내장에 걸려서 시력을 잃은 이후.
다행히 입맛은 더 좋아져서 전보다 훨씬 잘먹고있다고합니다.
잘먹는건 좋은데 잘 못움직여서 그런지 단기간에 체중이 많이 증가했습니다.
체감적으로는 1.5배는 되는거같은데..
어머니한테 애들 이러다 배 뻥터져서 죽겠다고사료만 몇알씩 주라고 말하니 (배가 뻥터지는 장면을 잠시 상상해보니 꽤 고어물이로군요..후덜덜)
이제곧 갈 어른신들인데 먹는거라도 실컷 맛나게 먹어야하지않겠냐고하시네요 -ㅅ-
얘좀 데려가봐 뭘 못먹겠어. 라고 하시는중
자기들 식사를 다먹고서는 곧바로 사람에게 저렇게 달려와서 눈빛으로 지금 먹고있는걸 달라고 심리공격을 시작합니다.
머루도 식사를 마친후 냄새와 소리를 따라서
어머니에게 밥을 더달라고 이동합니다.
백내장으로 시력을 잃은지 몇달이 지났는데요.
사람보다 청각이나 후각이 발달해서그런지 (아니면 그냥 어쩔수없으니 적응해가는건지)
다행히 처음보다는 움직임이 많이 좋아졌습니다.
단지 이렇게...
의자에 아무도없는데 밥달라고 계속 의자쪽을 쳐다본다거나 벽에 코를 쿵 박는다거나
집에 왔을때 사람이 아닌 다른쪽을 보고 코리를 흔든다거나 잘지내던 부인인 다래한테 계속 물리거나 (..-_-)
하는 상황들이 있는데 보기도 좀 안스럽고 괜히 미안하고 그럴때가 가끔 있긴합니다.
밥 더 주세요.
생활적인 입장에서보면...
백내장이 걸린 머루 스스로가 제일 힘들겠으나..
함께 지내는 부모님도 함께 지내는게 예전보다 손이 훨씬 많이 들어간다고하시더라구요.
신기하게도 안보이는 지금도 화장실에가서 용변을 잘 봅니다만.
눈이 안보이기때문에 일을 마친후 화장실에서 나올때에 가끔 자기똥을 밟고 나온다거나 하는일이 종종있기에
머루가 화장실에 들어가면 요새는 어머니나 아버지가 화장실 문앞에서 대기하고계신다고합니다 -_-;
(이런거보다는 요새 머루가 시력을 잃은후에 다래가 머루를 자꾸 물고 위협하고 사이가 안좋은게 더 힘들다고하시더군요.)
저야 함께 살지 않아 일일히 다 모르지만 그외에 더 수많은 일이 있겠지요.
저도 고등학교시절부터 서른살때 독립하기전까지 다래 머루와 집에서 함께 지냈었지만
사실 개와 함께 살면서 힘든부분이나 그런건 저는 다 알지못하는 부분이 많거든요.
새삼스럽게 부모님이 대단하시다는 생각도 듭니다.
머루다래가 떠나면 부모님이 힘드실까봐 다른아이를 분양받을까 했었는데 애들이 떠나면 일단은 안기르고 쉬시고 싶으시다고하시는 말씀을 듣고
더이상 설득하기가 어렵더군요.
지금은 아프지않은거같은데 머루가 나이가 꽤 있기에 수술도 못하고 고통을 심하게 받는다거나
부모님이 너무 힘드시다면 그때에는 안락사에 대해서 생각을 해봐야할타이밍이 올수도있다는건 염두해두고있습니다.
저는 그부분에 대해서는 부모님의 의견을 그대로 따를생각입니다.
아침식사후에는 잠시 낮잠시간인가봅니다.
둘다 다시 잠자리로 -ㅅ-
괜히 잘때에는 더 만지고 싶고 그러더군요.
자는애 귀를 살짝 까뒤집고 (..-_-) 만지작만지작했더니
귀찮아서 그런건지 자다말고 눈을 똥그랗게 뜨고 가만히 있는데
무안하더군요 -ㅅ-
식사후 후식시간입니다.
밥을 먹은이후에 후식이 있다니 ! 그것도 과일이라니 ! 자취생의 눈이 빛납니다.
요즘들어 부모님한테 더욱 찰싹 붙어있는 머루할아버지.
그리고 폭력부인 다래 할머니입니다.
왠일로 부르지도 않았는데 저한테 다래가 오나싶더니
이것때문이였나봅니다.
저는 자취생이라 이럴때 과일을 먹어두어야하기때문에
애써 눈빛을 외면하고 기를 쓰고 혼자 마구마구 먹고있는데 (...-_-)
그걸보고 계신 어머니가 다시 다래입에 하나 넣어주십니다.
머루 괴롭히지말아~ 사이좋게 지내라~
하시는중입니다.
일단 다래가 머루를 깨물고 위협하는건 샘나서 그런거같다는걸로 결론을 보고.
다래를 좀더 이뻐해주자는쪽으로 가족의 의견이 좁혀졌습니다.
별로 효과는 없다고합니다-_-
어머니가 멀리 혼자 있어서 머루를 부릅니다.
박스를 치면서 이름을 부르면 소리를듣고 어떻게든 찾아옵니다.
앞에 탁자에 코를 한번 쿵하고서는
어머니에게 도착.
그후에는...
다시 잡니다 -_-
이거리..
이거리가 이 부부사이의 현재 거리입니다.
(음.. 사랑과 전쟁인가..-ㅅ-)
사이가 참좋았는데. 요새는 왜그런지
다래와
머루.
이부부의 앞날은 어찌될것인가 -ㅅ-
그나저나 코엄청고네요.
개코고는 동영상입니다 -ㅅ-
자는거 만지작하다가 구경하다보니 어느새 저도 스르륵
다시 잠에 들었구요.
잠시 외출하신 어머니가 피자를 사오셨습니다.
어머니 피자안좋아 하셨는데요.
요새 갑자기 맛있어 졌다고하시네요.
사진찍으려고하니 어머니가 기왕찍는거 이쁘게 찍으시라면서
이쁜접시를 꺼내주셨습니다 -_-
머루는 안보여도 냄새는 여전히 잘맡구요.
피자도 여전히 잘먹습니다.
개한테 안좋을거같은데...어머니가 자꾸 주셔서..T_T
이렇게보니 이쁜그릇좋아하시는분들 마음도 조금 이해가 가는군요.
괜히 접시 지름신 오려고합니다.
그렇게
오후에는 약속이 있어서 부모님에게 인사를 드리고 부모님집에서 나왔습니다.
다시 머루 다래 부부 사이가 좋아져야 부모님이 걱정을 좀 덜하실텐데말이죠.
좀 걱정스럽습니다.
드디어 새 컴퓨터 세팅을 마쳤습니다.
말그대로... 컴퓨터가 날라다니네요. -_-
옛날에 플로피디스크쓰다가 하드디스크를 처음 접했을때의 그 속도감입니다.
브라우져를 30개 띄워놔도... 사진 보정작업을 수십개 돌려도. 라이트룸으로 보정작업을 해도 로딩이 느껴지질않습니다 으하하.
방금 어머니에게 전화를 받았는데요.
계속 물리고 구석에 숨어있던 머루가 도저히 못참는것인지 그저께쯤 갑자기 성질을 확내면서 반격에 나섯다고합니다.
다래가 화들짝 놀라서 이제는 괴롭히지않는다고하네요 -_-;
생각했던 쪽의 화해는 아니지만 일단 평화가 찾아왔다고합니다^^
그럼 이만 줄입니다. 찾아주셔서 항상 감사해요^^
불타는 주말되세요. -ㅁ-)/
'그냥사는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헤리츠웨딩홀의 모습] 나의 첫 직장동료의 결혼식 (22) | 2013.05.24 |
---|---|
어버이날 전날걸려온 두통의 전화. (21) | 2013.05.08 |
[자취생의 본가이야기] 여전한 가족들의 모습들 - 아버지, 어머니, 다래, 머루 (43) | 2013.04.30 |
어떤 남자의 컴퓨터 오랫만에 업그레이드 하는 이야기. pc업그레이드하다 멘탈붕괴중 -_-; (28) | 2013.04.30 |
다래 머루와 함께 하루종일 딩굴딩굴 (34) | 2013.04.02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