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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사는이야기

알바용병의 호프집 알바일기 26, 케니지

by hermoney 2018. 2.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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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프집 알바일기 26, 케니지

금요일, 나 혼자 근무하는 날.

 

 

사모님께서 저녁에 모임이 있으시다고 가게오픈을 부탁하셨다

그래서, 평소보다 조금 일찍 출근했다.

 

맥주집의 특성상 (손님들은 근처 식당에서 저녁식사를 마친후 오는경우가 대부분)

이른시간에는 손님이 없다.

이날도 마찬가지.

 

가게 안을 한바퀴 돌아보다가,창가쪽 테이블에 앉아보았다

노트북을 열고 자리를 잡으니,카페에 온 느낌

다만,너무 조용하니 음악을 좀 틀기로 했다

 

 

다른 가게들도 그렇겠지만 우리가게 역시 BGM은 멜론을 이용하기에 (가게 스피커와 PC가 연결되어있다.)

내 맘대로 듣고 싶은 음악을 찾아서 들을수 있다는 장점.

 

참고로, 평상시 가게의 BGM은 항상 멜론 TOP 100

그외에 크리스마스 시즌같은 때엔 케롤베스트.

사장님, 사모님을 비롯 가게를 찾는 손님들이 특별히 원하는 음악취향이 없는 관계로

평소 내가 듣고 싶은 음악을 선곡한다해도 크게 항의할 사람은 없지만

(물론 그렇다고 데스메탈 같은건 안되겠지 -ㅅ-)

나 역시 출근후 일하다보면 매일매일 같은 음악 리스트를 듣게 됬다

 

그런데 이날은 혼자 있어서일까.

뭔가 다른걸 듣고 싶었다.

 

웬지 감성적인 음악에 푹 빠져보고 싶어 선택한 "케니지"

플레이버튼을 누르자 곧 익숙한 멜로디가 공간에 가득 차올랐다

특유의 끈적끈적한듯하면서도 마음을 빼앗는듯한 멜로디

 

케니지 참 오랜만에 듣는구나. 이 아저씨는 아직 곱슬머리 그대로 일까?

케니지 음악을 듣다보니 어린시절 처음 팝송을 접하고,

지구촌영상음악을 보며

빌보드차트를 찾아보던 때가 떠올랐다

 

 

아련한 향수와 함께  나도 모르게 허밍으로 케니지의 섹소폰 선율을 흥얼거린다

볼륨을 조금씩 올리다보니

가게는 어느덧 라이브하우스의 느낌이다

 

"봐바방~ 봐바방~ 바바 바바바~  봐바방~ 봐바방~ 바바 바바바~  바바빠~~바바~" -_-

(케니지 go home 중.  -_-)



점점 더 흥이 오른다.

허공에 마치 섹소폰을 들고 있는 시늉을 하고

몸을 흔들거리며 입으로 섹소폰을 분다

둠칫둠칫 몸도 좌우로 흔들고,고개도 뒤로 젖혀보면서 -_-

아무도 없는데 뭐 어때!!

조금씩 과감해진다.

 

(지금생각해보면 가게내부 CCTV에 그 모습이 다 찍혔을텐데

그 모습을 누군가(사장님과 사모님이 보셨을 가능성90%이상) 봤을수도 있다고 생각하니 아찔하다-_-)

 

그렇게 한참 나만의 흥겹고 행복한 시간을 보내던 중

이렇게까지 여유롭게 근무해도 되는건가

나는 근무중인건가 음악감상실에 온건가 싶은 순간.

 

갑자기 문이 열리더니 손님들이 단체로 찾아왔다

아차차.

한참 섹소폰을 불다가 (-_-) 황급히 테이블 정리하는 척 시전. (-_-)

그리고선 후다닥 스피커의 볼륨을 내렸다

(이때는 케니지의 더 모멘트가 나오고 있었다)

 

기본 안주 (과자)와 병따개 티슈를 들고 손님들 테이블 마다 찾아간다.

그리고 항상 하는 그멘트.

 

"맥주는 냉장고에서 꺼내드시면 되구요. 안주는 따로 불러주세요"

 

몇분전만해도 케니지와 과거추억여행중이던 남자는 어디론가 가고

그곳엔 맥주알바만 남았다

계속해서 손님들이 들어오더니만 가게는 어느새 총 4테이블

20여명의 손님들로 분주해졌다

 

가게 BGM은 "케니지 베스트"에서 "카페에서 듣기 좋은 음악 베스트"라는 컨플레이션 음반으로 교체.

굳이 케니지 베스트를 다른 음악으로 바꾸지 않아도 되는건데,

왜 바꿨는지, 아마도 혼자 놀던게 민망했던 탓이다

 

이날은 시간이 늦도록 손님이 끊이질 않았다

곧바로 갓난아기가 포함된 가족단위 손님입장(중장년이 주고객층이라 갓난아이가 등장한건 매우 이례적이였다)

주문도 연달아 들어왔다

 

모듬소세지

골뱅이무침

한치땅콩

 

비슷하게 입장한 손님들은 총 다섯 테이블

안주는 3가지 주문이 동시에 나왔다

한치땅콩은 금방 준비할수있지만

모듬소세지와 골뱅이 무침은 제법 시간이 걸린다

오늘은 나 혼자 뿐이라,내가 다 만들어야 한다

 

아 하필 동시에 주문이 들어오다니 !

장사란게 참 희한하다

어쩌면 이렇게 손님이 없을까 싶다가도,손님이 많을땐 어디서 이렇게 다들 오는걸까 싶게 몰린다

안주 주문 역시 하나씩 차근차근 여유있게 들어오면 참 좋을텐데 (-ㅅ-)

 

일단 주문한 순서를 기억하기위해 간단히 메모를 하고.

포스기에 가서 버튼을 누른다.

 

7번 테이블 모듬소세지

11번 테이블 골뱅이무침.

3번 테이블에 한치땅콩

 

보통은 주문이 들어온 순서대로 만드는게 좋은데

준비가 쉬운 안주와 시간이 걸리는 안주를 해야 할 경우

아무래도 주문순서와 상관없이 쉬운 안주부터 만들게 된다

 

 

이날도 주문순서대로라면

모듬소세지와 골뱅이무침 한치땅콩 순으로 나갔어야하지만

한치땅콩을 먼저 준비하게됬다

 

 

냉장고에서 한치를 꺼내 그릴위에 올린다.

가스버너를 켜고 한치를 굽기 시작

 

몸통은 살짝 굽고, 다리부분은 조금더 오래굽는다.

(몸통은 오래 구우면 질겨진다고 한다.)

적당히 먹기 좋게 구워지면 그릴을 빼고 한치전용접시를 꺼내 올린다

접시 한쪽에는 삼색땅콩안주와 다른 한쪽엔 마른안주용 과자를 데코

 

최종적으로,작은 종지에 마요네즈를 담고,그 위에 간장을 5방울쯤 떨어뜨리면 완료

 

이제 모듬소세지와 골뱅이무침이 남았다.

 

둘다 손이 많이 가는 메뉴인데

두가지를 동시에 휙휙 만들수 있으면 좋겠지만

나같은 초보자가 괜히 동시에 만들어보겠다고 서두르다 헷갈리면 더욱 낭패

(그렇게되면 손님은 골뱅이가 들어있는 모듬소세지를 먹게 될 확률이 크다-_-)

 

차분히 하나씩하나씩 해치우자.

 

자 천천히 천천히

심호흡을 하고

골뱅이 무침을 만들기 시작한다

 

드디어 골뱅이무침을 손님께 서빙하는것까지 완료.

 

돌아와 주방을 치우는데 뭔가 빠진듯한 기분이 들었다

아 ! 골뱅이 무침에 참기름을 살짝넣는걸 깜박했다.

나름 침착하려고 애썼는데 그걸 놓치다니!

 

그렇지만 뭐....덕분에 그 손님들은 칼로리가 다운된 다운된 담백한(-_-) 골뱅이 무침을 먹을수있게 되었다.

참기름에 대한 컴플레인이 들어온것도 아니였으므로 어쨌거나 성공

 

백만년만에 케니지의 음악을 들으며 에너지 충전이 됬던건지

가게오픈부터 마감까지 무탈하게 혼자 잘 해내서

뿌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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