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저녁.
불금임에도, 저녁시간에 손님이 뜸한 분위기
오늘은 좀 한가하려나~
이런 생각을 할때쯤 갑자기 한남자가 들어옴.
(또 이런다... 오늘은 손님이 없으려나~ 라는 생각을 하면 꼭 손님들이 찾아온다. -ㅅ-)
단체 예약이 되냐고 물어보더니만
가게 이곳저곳을 살피며 사진을 찍음.
(보통 15인 이상의 단체 손님의 경우 이렇게 미리 정찰대가 (-_-;;) 옴)
정찰대의 기준을 통과했는지, 지금 일행이 다들 근처에 있는 돌쌈장작구이집(=ㅅ=)에서 식사중인데,
식사 끝나는대로 가게로 올거라고 함.
40명...
40명................ ?!! 40명이 한번에 들어온다고 ??
아니 우리가게에 40명이 들어올수가 있나??
속으론 많이 놀랐지만 태연한척, 40명 단체손님정도는 자주 받아본듯한
베터랑의 표정으로 담당자의 연락처를 받아 둠.
단체손님 신기록을 갱신하는 날인가 싶어 살짝 긴장이 되기 시작.
일단 단체석 모드로 테이블을 세팅.
더 준비해 둘건 없나 체크하던 중
얼마후 "또" 단체손님 문의가 왔다.
30명 단체인데 자리가 있냐고.
공교롭게도 이날 사모님은 개인적인 일로 가게를 비운 상태.
아무리봐도 우리가게에 70명 (-_-)이 동시에 들어올수있을거같지않은데...
그러고보니 얼마전에 근무하던중, 사모님한테서 65명까진 받아봤다는 얘길 들었던 기억이 있었다.
그런걸 보면 어떻게 될거같기도 한데...
일단 먼저 예약한 한팀이 있긴 한데, 그분들 오신 후 자리가 되건 안되건, 확인후 연락을 준다고 함.
그리고 해당 담당자의 연락처를 또 받아둠
두 팀 모두 예약금을 걸지 않아 불확실하고 애매한 상황
(예약해두고 안오는 노쇼도 종종 있음. 특히 걸어둔 예약금이 없을경우 노쇼 확율이 급격히 올라감..)
...그런데 얼마후. 놀랍게도 !
단체손님 문의가 또! 들어왔다
(이번엔 전화로 문의-_-)
이미 예약된 두팀이 있다고 하니 알겠다며 통화종료
이 단체손님 2팀을 동시에 받아, 단체손님 신기록을 세울것인가
아니면, 예약 해 둔 2팀 모두 오지않아 평온한 근무를 하게 될것인가
만약 2팀이 다 오게 된다면,
또 그들이 말한데로 정말로 70명이 동시에 이곳에 들어온다면
창고에 있는 테이블과 의자를 더 꺼내와야 한다
사모님께 전화로 상황보고를 하며 두근두근
결과는........?
30분후 한팀만 도착했다. (휴우)
문의했던 두팀중 한팀은 못온다는 연락조차 없었음.
저 멀리 1층입구부터 왁자지껄한 소리가 점점 가까워지더니
순식간에 수십명이 우르르르 입장
마른안주 3
한치 3
오징어 3
를 한방에 주문
(다행이다 손이 많이가는 안주가 없어서 T_T)
사모님도 슈슈슉 가게로 돌아오셔서 합류.
조용한 가게는 순식간에 왁자지껄.
떠들썩한 손님들의 이야기를 듣자하니, 예전 내가 개발자로 일하던 시절에
가고 싶어했던 회사중 한곳 같았다
그래서였을까.
평소에 회사 단체손님을 받았을때에는 그들을 보며 다시 회사생활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적이 없었는데.
이들을 볼때에는 조금 부러운시선으로 바라보게되었다.
뭐랄까.. 여행 온 고국사람들을 마주치게 된 가난한 이민자같은 심정도 조금 (^^)
그러고선 여러 생각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며 떠올랐다
내가 개발자로 일하던 시절,
커리어에 신경을 더 썼더라면, 업무를 함에 있어서 좀더 능동적으로 코어파트를 맡으려고 했더라면......?
퇴근후 자기개발을 더 열심히 했더라면
나도 이 회사에 들어 갈수 있지 않았을까...?
물론, 이 회사에 입사했다고 해도,개발자를 그만두고 지금의 길을 왔을수도 있겠으나
약간의 아쉬움과 미련등 복잡한 감정이 느껴졌다.
또, 괜시리 그들앞에서 위축되는 내 자신을 보게되었다
개발자를 조금 더 오래해볼걸 그랬나.....?
그리고 다시 생각해보니 답은 하나였다.
예전 회사가 싫거나 힘들어서 나온게 아니라 다른 분야의 길을 걷고 싶어서 회사를 그만둔것이기에
나는 어떤곳에서 근무했더라도 결국 현재와 달리지진 않았을거라는 결론이 나왔다.
........................
이들은 1차에서 이미 많이 마신(-_-) 상태인건지
인원수에 비해서는 생각보다 적은양의 술을 마셨고
출타중이셨던 사모님께서는 단체손님 입장소식에 한달음에 가게로 오셨는데
예상을 밑도는 맥주매출에 아쉬운 표정을 지우지 못하셨다
이들은 딱 10시-12시. 2시간만 머물렀고.
이날 더 이상의 손님은 없었다.
연이은 단체손님들의 예약문의로 기대감이 큰 하루였으나
싱겁게 끝나버렸다
장사라는게 참 희한한거같다
손님이 몰릴땐 정신없이 몰리다가
없을땐, 딱 끊긴 듯 없다.
그래도 뭐 평소보다는 매출이 좋았으니 헤피엔딩.
p.s.
시간차를 두고 예약문의했던 3팀 모두 왔었다면 대박매출을 기록할수 있었는데!
p.s.
쪼금 움츠려들었던 마음도, 퇴근길 밤하늘에 환한 달을 보며 훌훌 털었다
'그냥사는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17 한해를 보내며... 올해도 감사했습니다 ! (25) | 2017.12.31 |
---|---|
눈 치우는 아침 (8) | 2017.12.18 |
친구 집들이때 맛본 양재 영동족발 & 하나로마트 광어연어회 (12) | 2017.12.10 |
알바용병의 호프집 알바일기 23, 글로벌 시대! 알바용병의 외쿡손님 맞이하기. (20) | 2017.11.18 |
알바용병의 호프집 알바일기 22, 알바의 업무일지. (9) | 2017.11.08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