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떠난 제주도 여행 'ㅁ'
제주도 여행기 15번째 이야기 입니다.
지난편인
14. 아부오름과 다랑쉬오름 http://hermoney.tistory.com/841
편에 이어서 계속됩니다.
컷수를 좀 아끼고 한컷한컷 신중하게 찍어버릇해야하는데
오름만 오면 무슨 따발총 쏘듯이 카메라 셔터를 누르게 되더군요.-_-
오름을 오를때 대부분의 시간들은 입을 떡하니 벌리고 우와~ 하면서 사진을 찍는게 대부분이였습니다.
아무래도 생각이 별로 없는 멍한 상태로 바라보는 때가 많아서그럴까 사진의 컷수는 늘었는데 글은 계속 줄게되는거같습니다.
아끈다랑쉬오름
오른쪽이 다랑쉬오름. 왼쪽이 아끈다랑쉬오름.
다랑쉬오름을 올라갔다온후 바로옆에 있는 아끈다랑쉬오름으로 이동.
제주도 여행을 나온지 일주일이 넘은상태.
그동안 은근히 피로가 누적되고있었던건지 다랑쉬오름에서 내려온후 다리가 아프기시작했다.
쉬고싶은마음에 꾀가 좀 나긴했지만 다랑쉬오름을 오르는내내 내려다보이던 아끈다랑쉬오름을 안가볼순없었다.
다행히 아끈다랑쉬오름은 다랑쉬에 비하면 작은 언덕같은느낌이라 올라가는데 크게 무리가 없을듯.
가벼운마음으로 출발.
서로 붙어있어서 그런지 아끈다랑쉬오름을 걷는동안 내내 다랑쉬오름을 볼수있었다.
셀카라고 찍어봤는데 정신이 없어서인지 버프를 쓰고있어서 이게 셀카인지 뭔지 모르겠다.
부어있는 눈을 보면 알수있듯이 눈과 마음은 호강을 하는데 몸은 힘들었다.
그동안 내가 움직이는 패턴은 주말이나 휴가때와 같이 잠시 시간이 있을때 좀 힘들어도 집중적으로 돌아다니던 패턴이였는데
이게 몸에 익어서일까 일정에 조금 여유가 있는상태가 되었지만 여전히 항상 무언가에 쫓기든 움직이는편이게된다.
길게 여행을 갈때에는 페이스를 늦추는 방법도 익혀야할거같다.
3분쯤 올라갔을까 금새 아끈다랑쉬오름의 능선에 진입.
아끈다랑쉬 정상(정상이라고 하기에는 좀 그렇지만.) 은 위의 사진처럼 들판처럼 생겼다.
천천히 산책하는 느낌으로 한바퀴도는데 걷는내내 저너머로 보이는 다랑쉬오름의 모습이 직접 다랑쉬오름을 오를때와는 또 다른느낌을 주었다.
뭐랄까.
직접 올라가서 보는것도 좋았지만 조금 떨어져서 볼때가 더 좋은느낌이랄까.
그러고보니 나는 성산일출봉도 직접 올라가는것보다는 멀리서 바라보는게 더 좋았던거같다.
너무 가까이에 있는것보다는 조금은 떨어져있는게 좋을때가 있지않을까싶다.
다랑쉬 반대편의 풍경.
중간중간 솟아있는 오름들과 저멀리에 살짝보이는 바다.
그리고 구역이 잘나누어진 밭들이 보인다.
제주도 내륙의 전형적인 모습이였다.
자취생활을 오래해서그럴까.
그동안 야채를 구입하는데 돈을 많이 사용해서그런지 요런 밭하나 있으면 참 유용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고추나 양파, 감자,고구마, 상추같은거 심어놓으면 나혼자서는 먹고도 남을듯.
남으면 부모님이나 친구들한테도 좀 나눠주고 그러면 꽤 재밌을듯.
물론 경제적인 측면으로 생각한다면 다른일을 해서 돈을 벌고 농산물은 구입해서 사먹는게 훨씬 더 시간대비 효율적이겠지만.
그래도 언젠가는 한번 직접 내손으로 길러서 먹어보고싶다.
이사진을 찍고나서 왠지 역광으로 찍어보면 어떨까 싶어서
어설프게나마 역광사진도 시도해보았다.
정말 천천히 걸었는데도 한바퀴도는데 30분도 채안걸렸다.
아끈다랑쉬 오름은 높이가 낮은 오름이라 웅장한 느낌은 없었지만 그만큼 아기자기하게 즐겁게 걸을수있는곳인듯.
다랑쉬를 오를예정이라면 바로옆에 있는 이곳도 함께 오는걸 추천한다.
그렇게 자전거를 묶어둔곳에 도착.
이제 용눈이오름을 갈 차례인데 이미 시간은 점심시간을 훌쩍 지나 늦은 오후가 되었다.
그러고보니 게스트하우스에서 아침을 먹은뒤로는 제대로 뭔가를 먹은게 없다.
배가 너무 너무 너무너무너무너무너무너무너무너무 고프다.
정자에 잠시 앉아서 쉬었다가 갈까하는데.
오잉
아몬드초콜렛 박스발견.
빈박스겠거니 싶었지만 그래도 혹시나해서 주위를 둘러보다가 몰래 슬쩍 건드려보니 묵직했다!
하늘에서 그어떤 절대적인 존재가 배고파하는 나를 위해 먹을걸 보내줬다거나 (그런일이 있더라도 설마 저런 가공식품을 내려주시긴않았을거같은데..-_-)
하는건 아닐테고.. (이런 생각을 할정도로 이성을 잃진않았다-_-)
아니면 배고파하면서 오름을 오르던 나를 멀리서 지켜보고있던 여자사람이 슬쩍 이곳에 남겨주었다거나 하는것도 분명아닐테고.
왜냐.. 내 인생에 이런일은 거의없었기때문에.
차라리 하늘에서 내려다준 쪽이 더 확율이 높다.-ㅅ-
아마 누군가 이곳에서 쉬는 도중에 흘리고 간것일듯하다.
새우깡이라던가 그런거라면 모를까.
나름 고가의 간식거리라서 그런지 갈등된다.
양심이냐 본능이냐.
먹을까 말까.
주위에 아무도없었는데 뭔가 굉장히 나쁜일을 하는거같아서 계속 사방을 둘러보면서 생각했다.
그리고 결론.
15분만 기다려보자.
15분이 지나도 주인이 안나타날경우.
이걸먹는다.
14분 40초쯤 지났을까.
아무도 오지않아 초코렛을 먹기로 결심.
그냥 먹어도되는데 왠지모르게 찔려서 초코렛을 배낭에 넣고 잽싸게 자전거를 타고 용눈이오름쪽으로 도망갔다 -_-
용눈이오름
용눈이 오름은 다랑쉬오름에서 자전거로 10분도 안걸리는 거리에 위치해있는데 (송당리는 정말 오름다니기 편한곳인듯.)
이곳은 이제는 고인이 되어버린 사진작가 김영갑님이 구름언덕과 함께 특히 좋아했던 곳으로 알려져있다.
그래서 인지 편의시설이 꽤 잘되어있는편이였는데.
주차장과 화장실외에 근처 마을에서 운영하는 가게도 있었다.
아무래도 이부근은 상점이 없는곳이라 유용할듯.
초코렛을 확보한 상태였기에 왠지 마음이 든든해졌다.
설마 아까 다랑쉬앞에 이초코렛을 흘린사람이 용눈이오름을 오르고 있다가 나랑 마주치게 되는건 아니겠지 싶어서
박스를 몰래 숨겨다니면서 한개씩 쏙쏙 빼먹었다.
용눈이오름 앞에 있는 안내설명들.
나는 이곳을 2번째인가 3번째와보는거같은데 경사도가 급하지않아 걷기참 편한곳으로 기억하고있다.
중간에 쉬지않고 쭈욱 걸으면 30분정도면 볼수있겠지만 보통은 중간중간 많이 쉬게되는그런곳.
대충 자전거를 묶어두고 걷기모드로 변경.
초입에서 용눈이 오름을 보면 마치 인체와도 같은느낌의 아름다운 곡선이...어쩌고저쩌고
이런내용을 한 10줄쯤 쓰다가 그냥 저런 설명들보다는 눈으로 보는게 더좋을듯해서 지웠다.
저 능선이 왜그렇게 보기좋던지 모르곘는데
이자리에서 한 30분쯤 머물렀던것같다.
파노라마.
그리고 다시 이동.
두모악의 영향인건지 다랑쉬오름보다는 이곳이 사람들이 훨씬 많은느낌으로
대부분은 손에 카메라를 들고있다.
보기에도 좋고.
걷기에도 좋고.
사진찍기에도 참 좋은곳인듯.
한 10분쯤 천천히 걸어가니 어느새 맞은편 능선이 보이는곳에 도착했는데
때마침 소를 방목하고 있는 시간인듯하다.
광각렌즈를 끼고 있어서그런지 줌렌즈가 아쉽다.
물론 줌렌즈를 끼고있었으면 광각이 아쉬웠겠지.
렌즈를 몇개들고다니면서 바꿔끼면 되는데 사람들이 왜 무겁게 카메라를 두대씩이나 들고 다니는지 조금씩 이해가 가기시작했다.
역시 다른사람의 입장은 내가 그입장이 되어봐야 제대로 이해할수있는거같다.
뜬금없이 미니어처 사진도 몇장찍어보고.
이때 하늘은 이런느낌.
기후가 달라서인지 육지에서의 구름과는 다른구름들이 많은듯.
제일높은곳으로 생각되는 지점에 도착하니 요렇게 안내판이 설치되어있었다.
멀리 성산일출봉의 실루엣이 슬쩍보이는데 날씨가 좋은날에는 우도까지 보인다고한다.
이제 능선을 따라 내려가기만하면되는데
사람이 편하게 걷도록 만들어놓은길은 소들에게도 편한곳인지.
능선에 걷는길부근에 소들이 집중적으로 앉아있다.
소는 참 순하다.
눈망울이 참 착하게 생겼다.
이런생각은 많이 했지만 나는 도시촌놈이라서 소를 가까이에서 본적이 별로없기에
실제로 소가 어떤 성격인지는 잘모른다.
일단 가까이에서 보니 덩치가... 크다.
왜그런지 모르겠는데
커다랗고 날카로운 뿔을 가지고 있는 소가 흥분하여 날뛰다가
빨간 천을 흔들고있는 투우사를 머리로 박아서 저멀리 날려버리는..
스페인의 투우경기의 한장면이 생각났다..-ㅅ-
물론 그건 경기를 위해 소를 자극해논상태라는 알지만.
지금 내앞에 평화롭게 앉아있는소중에 한마리정도는 기분이 나쁜상태인놈이 있을수도있다.
다행히.
지금 하얀옷을 입고있다.
일단 색으로는 자극을 안시킬듯.
그러고보니 외국소만 뿔이 커다랗고 한우는 뿔이 없었던거같기도하다.
슬슬전진시작.
...............한국소도..
뿔이 있었다.
한참 긴장을 하고 눈치를 보고 슬슬 걷고있는데
사람을 많이 본애들인지 나를 별로 신경도 안쓰는눈치.
얼마가 지나니 조금 대담해져서 가까이에서 이사진을 찍을수있었다.
그런데 너무 가까이에 간걸까.
이사진을 찍는중에 소가 벌떡일어나서 마구 도망쳤는데 이모습을 보고 소가 자신감을 얻었는지 따라왔다.-_-
한참 도망가다보니 안쫓아오길래 다시 다가가서 몇컷찍다보니
괜히 신경쓰이게하는가싶어서 조금미안하기도하고.
그것과는 별개로 소에게 스트레스를 주면 육질이 나뻐지려나... 주인이 싫어하겠지 라는 생각도 떠올랐다.-_-
카메라를 든사람은 많았는데 그중 2-3명정도가 본격적으로 출사를 나온느낌이였다.
그중 한명.
이때의 풍경은 이렇다.
이사람은 소가 무섭지않은지 오름 중앙으로 내려가서 소를 가까이에서 찍었다. (그러고보면 이곳에서 나만 소를 무서워했던듯.)
뒤에보니 가족단위로 온사람들이있었는데 그중 꼬마아이가 신기해서인지 소를 향해 달려갔다.
오잉.
소가 도망간다-ㅅ-
소는.. 무서운 동물이 아닌가보다.
그런데 나는 왜 쫓아온건지 모르겠다.
그모습을 본후로는 나도 도망다니지않고 편하게 걸을수있었다.
처음에는 저렇게 조금 무섭기도했지만 방목중인 소덕분인지 정말 목가적인 느낌을 받을수있었는데
멀리 도로를 바라보는 소의 뒷모습이 조금 짠하기도했다.
생각해보면 주위에 먹을것도 많고 돈을 벌어와야하는것도아니고 제주도의 자연속에서 주위에 있는 친구들과 함께 자유롭게 사는거같은데.
마지막 순간(..-_-)을 빼면 꽤 행복한 삶일수도.
지금 내가 사는 모습, 그리고 주위에 있는 사람들의 사는 모습과 여기에 있는 소들이 사는모습을 괜히 비교를 해보게 되었다.
모든곳이그렇지만.
조금더 머물고 싶었는데 해가 질시간이 다가오고있어서 내려올수밖에 없었다.
아쉬운마음에 사진만 몇장더 찍었다.
처음에는 하루에 오름을 4군데만 가는건 너무 적은게 아닌가싶어서 6개의 오름 코스를 짜보기도했는데
지금 생각은 오히려 하루에 오름을 한개만. 하루종일 그오름에만 머물면서 24시간의 동안의 모습을 보는건 어떨까 싶은 생각이 든다.
이모습을 마지막으로 용눈이 오름을 내려왔다.
용눈이오름.
바다가에서도 그렇게 멀지않으면서 올라가는데 크게 무리가 없는곳이다보니
제주도 내륙의 오름을 가보지않은사람에게 한곳을 추천해준다고하면 이곳을 추천해주고싶다.
맑은날보다 흐린날이 더 좋은느낌이고 비가오면 더 좋을거같다.
비오는날에는 근처에 비자림에 가는것도 좋기때문에 비오는날 투어로 코스를 짜보는것도 괜찮을듯.
자전거에 도착.
안내판에 묶어둔 자물쇠를 풀고 다시 헬멧을 썼다.
자전거여행인데 오늘 자전거는 3시간도 안탄거같다.
뭐 아무려면 어떤가 싶기도하고.
조금더 머물고 싶은 마음을 참고 빨리 내려온덕분에 아직 해지기까지는 시간이 조금남은듯.
숙소까지 해지기전에 도착할수있을것같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ㅁ')
다음편 슬로우트립 게스트하우스에서의 하룻밤으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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