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떠난 제주도 여행 'ㅁ'
제주도 여행기 7번째 이야기 입니다.
지난편인
사진으로 보는 제주도 여행기] 6. 자전거로가보는 송악산, 산방산, 중문코스 http://hermoney.tistory.com/815
편에서부터 계속 이어지는 글입니다.
......................
올레길 8코스에 가까운 샬레게스트하우스.
내가 처음에 이곳을 찾게된 이유는 사실 꽤 단순했다.
숙박비가 15000원이니까.
처음에 이곳의 숙박비가 15000원이라는 글을 보고서는 괜히 이런저런 예전 생각들이 떠올랐다.
처음 제주도로 무작정 혼자 여행을 떠났을때,
처음 게스트하우스라는걸 접하고,
처음으로 쌩판모르는사람들과 같은방에서 잠을 자고,
처음으로 모르는사람들과 함께 식사를 하고 함께 술을 마시고,
처음으로 모르는사람들의 인생이야기를 듣던 그 첫 제주도여행.
아무튼 그때는 게스트하우스들의 평균 숙박비가 15000원이였다.
세월이 조금 흘러 올레길이란것도 생기고 어느새 게스트하우스도 많이 늘어서 제주도내에만 게스트하우스가 600-800개쯤 된다는 소리도 있고..
이용요금도 조금 늘어서 대부분의 게스트하우스들의 숙박비는 20000원이 되었다.
샬레게스트하우스에서의 하룻밤
뭔가 마구이것저것 말을 갖다붙여서 감성적인 척을 해봤으나 이곳을 선택한 이유를 한마디로 정리하자면
"싸니까"
하나 더 붙이자면
"지금 있는곳에서 가까워서" 이다..
너무 현실적인가.
내가 눈이 침침한건지 생각보다 찾기힘들었다. 중문 아프리카 박물관을 지난후 도로 왼쪽편에서 볼수 있다. 저건물의 2층.
그렇다. 좀 재미없는 이야기일수있지만 내가 도미토리방식의 게스트하우스를 찾는 최우선의 이유는 당연하게도 경제적인 이점때문이다.
dormitory
1. 공동 침실, 기숙사 2. = hall of residence
도미토리...뭔가 생소한 단어같아서 좋아보이는듯하지만
결국은 코를 엄청나게 골지도 모르는 낯선사람들과 한방에서 같이자는 그런 시스템을 말한다.
물론 단순히 그런면만 보기에는 어려운건, 그 낯선사람들과 지내야하는 시스템때문에 도미토리방식의 숙소에서만
느낄수있는 재미라던가 분위기, 묘한 즐거움이 있기때문이다.
(이런걸 굳이 문장으로 목록만들듯이 적는것도 우습지만) 몇개 열거해보자면
게스트하우스들마다 각각 다른 인테리어들.
게스트하우스주인들이 기르는 동물들과의 만남.
게스트하우스들마다 조금씩 다른 특색있는 아침메뉴.
개성있는 주인장들과의 만남.
낯선 여행자들과의 조금은 즐거운 술자리
그속에서 이어지는 대화와 만남들.
그런것들이 섞여서 나오는.. 각각 게스트하우스마다의 분위기. (마치 각 회사 조직별로 분위기가 다른것과 비슷한느낌이다 묘하게 다르다.-ㅅ-)
......도미토리에서 묵는다는것은 이런즐거움들을 느낄수있는것이다.
나는 이런점들을 좋아하고 낯선사람과의 이런 자리를 싫어하는편도 아니고 잠도 무던하게 잘자는편이지만...
그럼에도 나는.... 만약 같은 가격의 민박이나 모텔방이 있다고 한다면 그쪽을 선택하고싶다....
그나저나 이걸 내가 왜쓰고있지-ㅅ-
아무튼 다시 여행기로.....
이건물은 1층은 식당으로 되어있고 2층이 게스트하우스이다.
1층의 식당은 게스트하우스와 아무상관없는곳이다.
나는 같이 붙어있길래 뭔가 관련이 있는곳인줄알고 당당히 1층 식당문을 열고 들어가 식당주인을 보고 외쳤다.
"오늘 하루 자고갈겁니다. 아까예약전화드렸었지요. 수건도 주시나요 'ㅁ')? "
....식당이용할 생각이 없는경우...
게스트하우스로 가려면, 혹은 나처럼 당황하는 식당주인얼굴을 보고싶지않으려면 조신하게 옆쪽에 나있는길을 따라올라가서 2층으로 가야한다...
식당옆에 있는길로 올라가니 게스트하우스 입구가 보인다.
거실은 이런느낌.
굉장히 잘꾸몃다던가 이쁜 인테리어라는 그런느낌은 없지만 왠지 부담없이 편한그런느낌의 공간.
그속에서 나름의 특유의 뭔가의 분위기가 느껴지는데 그건뭔지 모르겠다.
구석의 오디오에서는 왜인지 옛날 가곡이 흘러나오고있었고 (-_-) 거실에는 아무도없다.
흠.. 어찌해야하나 그냥 아무데나 들어가서 누우면 되는건가.
멀리 주방쪽에서 여자사람들의 목소리와 웃음소리가 들린다.
잠시 고민을 하다가 소리가 들리는 주방으로 들어갔다.
이곳은 이렇다고한다. 보시다시피 이곳은 술자리를 그닥 환영하지않는곳이다. (개인적으로 마음에든다.)
말소리를 따라 주방으로 들어가니 여자사람들 셋이서 식탁에 앉아 보말을 다듬고 있었다.
안녕하세요.'ㅁ'
서로 인사를 나눈후에도 별 반응이 없는걸 보니 이곳에 앉아있는 이세명의 여자중에서는 주인이나 스탭은 없는듯하다.
주인아저씨는 잠시 외출했으니 금방돌아올거라고한다.
일단 배가 너무 고파서 먹을만한 식당을 찾아볼까하다가 옆에서 신나게 보말을 다듬고있는 여자에게 물었다.
"여기는 저녁은 어떻게먹나요?"
아 그런것도 모르나라는 표정과 약간 짓굳은 표정,그리고 약간 장난기가 섞인표정으로 그여자사람이 대답했다.
"여기는 알아서 먹어요."
물론 그들도 손님이니까 나에게 친절하게 답변해야할 필요도없고 그런의도도 아니겠지만
나는 배가 고픈상황이였기에 저대답을 듣고서는 조금 울컥했다.
이게 그 소문으로 듣던 게스트하우스장기 거주자들의 텃세인가 두둥.
아니 알아서 먹으라니 뭐 어쩌라는건가.
제대로 대답을 안하면 당장 니가 다듬고 있는 보말을 뺏어서 먹어버릴꺼야 나는 그정도로 배고파 라는 의미를 담은 내딴에는 최대한 분노한 표정을
짓고 다시 되물었다.(물론 그래봤자 인상자체가 워낙 만만하게 생겨서..효과는 없다-_-)
"아니 그러니까. 어.떻.게 알아서 먹나요?"
그 (나쁜) 여자의 말은 이렇다. 여기는 특별히 정해진건없고. 대충 아래층식당이나 근처 식당을 알아서 이용하거나.
근처에서 재료를 구해서 함께 만들어먹는다거나 주방에 배치된 사발면을 통에 1000원을 넣고 꺼내먹거나 하는 자유시스템.
그래..?
여기에서 잔머리가 돌아가기시작했다.
저 여자들의 취미가 보말따서 다듬기가 아닌이상 저녁식사시간이 되면 분명 저여자들은 다듬고있던 보말을 이용해서 뭔가를 만들것이다.
분명 그상황에 옆에 앉아있으면 설마 자기들끼리만 먹진않겠지.
저녁식비를 굳힐수있겠군.
일단 주인아저씨가 오기전까지 짐을 푸르기로하고 남자숙소로 들어왔다.
특이하다.
그러고보니 이곳은 예전에 레스토랑이였던곳을 개조해서 만들었다고하던데.
그래서인지 잠자는곳의 모습이라고는 하기에는 좀 이색적인 그런구조로 되어있었다.
보통 이런구조는 보기에는 특이해도 난방이나 냉방에서 좀 불리할텐데라고 생각을 해봤는데
그래서인지 바로옆에 난로가 켜져있었다.
이 특이한 구조의 침실이 나는 꽤 마음에 들었다.
어느 침대에서 잘까 두리번거리다가 옆쪽에 작은 공간이 있는걸발견.
구석 작은방같은곳에도 이층침대가 있었다.
구석을 좋아하는 나였기에 오늘은 이침대에서 자기로 결정했다.
요런느낌.
조용하고 사람좋을거같은 인상의 주인아저씨가 도착했다.
나를 보고 하는말
"아니 왜 맨발로 있어요?"
그러고보니 다들 슬리퍼를 신고있다.
이곳에 오면 입구에 있는 실내용 슬리퍼를 이용할것.
일단은 샤워부터.
화장실도 왠지 모양새가 특이하다.
최신식 시설의 모습은 아니지만 뭐 적절하게 온수잘나오고 그렇다.
올레꾼. 제주도여행객은 여자들의 비율이 훨씬 높기때문에 대부분의 숙소가 여자사람들의 시설들을 더 신경쓰는편이라그런지
여자샤워실은 들어가지않았지만 (...음..왠지 아쉽..) 왜인지 여자샤워실은 더 좋게되어있을거같다.
샬레게스트하우스동영상.
이날 라이딩 거리는 엄청나게 짧았지만
나름 계속 여기저기 왔다갔다 했기때문인지 피로했다.
조금 이른시간에 숙소로 들어왔는데 꽤 잘한일같다.
침대에 누우니 세상 참 편하니 좋다.
주인아저씨가 귤차한잔 주셨는데
냄새는 정말 귤냄새로 상큼. 맛은 시큼 씁쓸.
혼자 커다란 남자방에서 누워있는중에 남자 올레꾼 2명이 들어왔다.
둘이서 올레길을 1코스부터 끝까지 돌고있는 중이라고한다.
오른쪽분은 목사님이시라고 하는데 인상이 참좋았다.
왼쪽 젊은 남자와는 무슨 관계인지는 모르겠다.-ㅅ-
배낭에 버너와 코펠을 들고와서 올레길 초반에는 멋진 제주도바다를 바라보며 라면을 끓여먹곤했는데
그것도 딱 2일째까지만 좋았다고..
2일동안 라면만 계속 먹다보니 지겨워져서 이제는 그냥 식당에서 밥을 먹고 버너와 코펠은 짐이되었다고한다.
해는 서서히 지기 시작하고 덩달아 주방도 시끌시끌해지기 시작했다.
이때다.
저녁을 먹는구나.!
주방으로 가서 앉아있어야지.
주인아저씨가 보말칼국수를 만들고 있는중인데
아까 주방에서 본 여자사람 세명이 오늘 바다로 나가서 보말을 땃다고한다.
보말을 다듬으면 주인아저씨가 보말 칼국수를 만들어주신다고했다나.
어제에도 이곳에 묵었던 손님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주인아저씨가 음식솜씨가 꽤 좋은거같았다.
그렇게 오늘의 저녁메뉴는 보말 칼국수였다.
달달하거나 그런맛은 없고 보말이 엄청나게 많이 들어가있어서그런지 그 특유의 씁쓸 쌉쌀함이 강한맛이였는데
그속에서 뭔가 감칠맛이 있다고해야하나.
아 이 칼국수 참 쓴데 이상하게 자꾸 계속 입에 집어넣게되는거지.
그런맛이였다.
주인아저씨가 여기에 라면스프를 넣으면 맛은 더 좋아지는데 깊은 맛을 느끼려면 안넣는게 더 좋아서 그렇게 요리했다고 하신다.
아저씨가 손이 큰이커서 일인당 담은 양이 많은건지 아니면 여자사람들이 괜히 얌전떠는건지 모르겠으나
옆에 앉은사람들이 자기에게는 너무 많다고 더먹으라고 마구 퍼다준다.
원래 성격적으로도 먹는걸 거부하는성격도아니고 (....-_-)
또 어디서들은건지는 기억이 잘안나는데 보말이 특히 남자한테 좋다는 소리를 들었기에 배는 엄청나게 불렀지만
사람들이 자기거 더먹으라고 주는데로 전부 다 받아먹었다.
거의 이 접시 양의 두배를 먹은거같다.
(그러고보니 대부분의 음식들이 죄다 남자한테 좋다고들 말하던데 오히려 남자한테 나쁘다고하는 음식을 찾기가 더 어려운느낌이다..
실제 효능이 있는건지는 모르겠으나 일단 죄다먹는다-ㅅ- )
이 바보같은것들 ! 이 보말이 얼마나 몸에 좋은건데 그걸 남을주다니 !
내가 다 먹어주겠다 으하하하 !
하도먹어서 그런건지 먹다가 중간에 재채기를 했는데 코로 칼국수가 한가닥 나왔다...-_-
저녁을 진짜 든든하게 잘먹었다.
주인아저씨요리의 감사의 표시로 이곳에 2000원을 넣었고
나는 보말을 따거나 다듬는데에는 참여하지않았기에 아까 사람들에게 감사의 표시로 설거지를 맡아서했다.
자취방에 설거지나 밀리지말것이지 괜히 여기와서 평소안하던짓을 한다.-ㅅ-
참고로 주인아저씨가 내일은 크림스파게티를 한다고 미리 예고를 하신다.
느낀한거 좋아하는편이라 매력적인 제안이였다.. 아아아
하루더 묵는사람들은 좋을듯.
식사를 마친후 해가진시간.
조명을 살짝 어둡게하니
뭔가 또 분위기가 다른느낌.
잠시 산책을해봤는데
별이 꽤 많이 보였다.
별사진시도..
삼각대도 없고 렌즈거리계창이 없는 렌즈라 그런지 초점도 안맞고..
별사진은 실패.
들어오니 다들 잘준비를 하거나 책을 읽거나 하는거같다.
잠시 거실을 둘러보앗다.
방명록에서 왠지 나랑 글씨체가 비슷해서 (이사람도 글씨 잘못쓰는구나..)
한컷찍어보고.
미니 문고가 보이길래 한권들고왔다.
인문학적 관점에서 적어본 제주기행기인데
꽤 흥미로운책.
보통의 여행기와는 완전 다른내용이라 볼만했다.
그와중에 건너편에 자리한 목사님은 뭔가 노트북으로 굉장히 열심히 타자를 치고있었고
그 타자소리를 들으면 잠자리에 들었다.
샬레게스트하우스에서의 아침.
날씨가 좋으면 게스트하우스거실에서 해뜨는걸 볼수있다길래
이른아침에 눈을떳다.
커피를 한잔타고 거실에 앉아서 바다를 보는중.
음.......날씨가 흐려서인지.....
일출은 보지못했는데 붉은빛이 서서히 올라오는 바다를 바라보는건 나쁘지 않았다.
이시간에 일어난사람은 나혼자.
조용함 속에서 멀리 여자방쪽에서 간간히 코고는 소리가 들려온다.
그소리를 들어서일까 모처럼 일찍일어나서 오늘은 일찍 출발해야지 ! 라는 의지가 다시 사라지고말았다.
침대로 들어가서 다시 잠에 들었다-_-
일어나니 8시...
아침은 식당에서 사먹을까하다가 간단히 먹기로...
배치된 라면을 먹으려는데 현금이없다.
자영업자들의 천국인 제주도라 그런지 그동안 어디를 가던 다들 현금으로 부탁합니다 라는 말을 하기에
현금위주로 사용해서인지
정말 천원짜리 한장이 없었다.
주위에는 아무도없었고.
배는 고팟다.
결국 다음번에 다시 오게되면 2000원을 통에 넣기로 하고 외상으로 먹었다.
제주도의 요리들도 좋았지만
오랫만에 라면과 밥을 먹어보니 진짜 방가운맛이였다.
기왕 이렇게 된거 결국 또 9시가 지나서 출발하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어서인지
굉장히 여유롭게 되어서 (...-_-)
괜히 혼자 베란다에서 바다보면서 앉아있다가 길을 떠나는 사람들 인사도 하고..
그렇게 여유를 부리다가 결국 나도 짐을싸고 떠날준비.
하루더묵으면 크림스파게티를 먹을수있는데...
괜히 아쉬운기분.
처음에 이곳은 단지 다른곳보다 가격이 5000원 싸서 선택한곳이였다.
그런데 나는 이곳이 가격외적인 부분도 꽤 마음에 들었다.
왜인지 이유는 모르겠다.
보말칼국수때문인가.-ㅅ-
어차피 외상도 2000원있으니 언제가 조만간 또 와야할듯.
샬레 게스트하우스를 나와서 자전거에 묶어둔 자물쇠를 푸르고
고리가 끊어진 자전거 짐끈을 팽팽히 땡겨서 배낭을 묶는다.
지도를 펼치고 대략적인 오늘라이딩의 목표지점을 찾아보았다.
오늘 이쯤까지 가게되지않을까.
아니야 아마 어제와같은 속도라면 여기까지는 못갈걸같은데.....
뭐 무슨상관이 있겠어.
조금덜가면 되는거지.
해는 쨍쨍하고 다행히 비는 오지않는날이다.
다시 출발이다.
다음편에 이어집니다.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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