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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사는이야기

소심한 남자의 미용실이야기. 준오헤어 서현점.

by hermoney 2014. 1.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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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의 이사로인해 어쩔수없이 분당에서 자취생활을 시작하게된 5년전쯤.

 

분당으로 이사와서 놀란것중  하나는 미용실의 커트 비용이였다.

부모님과 함께 살던 중랑구에서는 커트가격이 만원내외였는데 이곳은 대부분이 만오천원정도했기때문이다.

 

한달에 한번정도가는곳이라 5천원정도의 차이는 사실 그리 큰차이는 아니였으나

여행, 자전거, 카메라같은 취미생활의 소비에는 한없이 관대하고 

생활에 필요한 의식주에 관한 소비에는 짠돌이 나였기에

이 오천원의 차이가 꽤나 눈에 거슬리기시작했다.

 

분당으로 이사온후 밥값, 커피값, 교통비(경기도와 서울간의 지역이동이  늘게되었으므로), 등등 모든 비용들의 지출이 증가했는데

왜그렇게 커트비용에만 집착하게되었지 지금에 와서 다시 생각해봐도 의문이다.

 

제품의 품질이나 서비스에 대한 가치를 단순히 절대가격으로만 측정하는것은 굉장히 바보같은일이라는 생각을 하면서도

결국 분당으로 이사온후부터 매달 미용실을 바꿔가며 중랑구 수준의 가격대인 미용실을 찾아보기시작했는데

큰성과는 없었고 서현역에 있는 토무토무라는 미용실의 커트비용이 만삼천원이라는 사실을 발견.

이곳에 정착을 하게되었다.

 

 

그리고 얼마가 지났을까 주위사람들이 머리가 덥수룩하다고 제발 이발 좀 하라고 말을 해주는것을보니

커트를 해야할때가 다가온거같다.

(왜그런지는 모르겠는데 체질적으로 다른사람 옆머리가 길어져서 귀를 덮는 지저분하게 모습을 보기못견뎌하는 사람이 몇명있었다.=_=)

 

근무를 마치고 퇴근시간.

서현역 4번출구로 나와서 조금 걸은후 우회전하면 토무토무가 나오는데

 

이곳입니다. (네이버지도에서 사진을 가져왔어요.)

 

음??  미용실이 있어야할곳에 미용실대신 스타벅스가 간판이 빛나고있었다.

아니 손님도 항상 많았던거같은데 도대체 왜 문을닫은거지?

당황스럽다.

 


나는 미용실에 들어가서 어느 헤어디자이너에게 머리를 하겠냐고 물어볼때

"그냥 빨리되는분이요."

라고 대답하는 스타일의 사람이기에 이곳도 특별히 친해진 헤어디자이너가 있다던가 하진않았지만

그래도 뭔가 아쉬웠다.

 

어쩔수없이 다른곳을 찾기로하고 서현역일대를 걸어다니기 시작했는데 저멀리 2층에 보이는 미용실 간판이 하나 눈에 들어왔다.

 

 

(네이버지도에서 사진을 가져왔어요.)

 

준오헤어? 뭐 그런이름이였던거같다.

2층에 있어서 그런지 내부가 안보여서 일까 . 그래도  왠지 만만하다 싶어 건물로 들어가 문을 열었는데

내부는 밖에서 보는것보다 훨씬 넓었고.  밖에서 보는것보다 비싸보이는느낌의 인테리어였다.

 

 

이런느낌. (준오헤어 홈페이지에서 사진을 가져왔어요.)

 

미용실이라기보다는 카페같은 느낌이랄까. (실제로도 한구석에는 카페테리아가 있었다)

 

 

이런거...  (준오헤어 홈페이지에서 사진을 가져왔어요.)

 

대충봐도 이곳은  내가 찾는 그런곳이 아니라는 생각이 생각이 절로 들었다.

 

위기다. 

아무도 보지못했을때 다시 나가야한다.

슬쩍 뒤로 돌아 다시 나가려는 순간.

"어서오세요."

약간 하이톤의 남자 목소리가 들려왔다.

 

20대중반쯤되었을까

검정색 블레이져에 하얀색 v넥티. 검은색 하의. 살짝 갈색으로 염색하고 펌을 한 머리.

선이 가는느낌의 잘생긴얼굴. 아니 잘생겼다라기보다는 이쁘다는느낌이였는데

헤어스타일때문인건지  하얀피부톤의 얼굴때문인건지 왠지 모르게 낮보다는 밤에 잘어울리는 그런 느낌의 남자였다.

 

일단 잘생긴 남자라는 점에서는 재수가없어야하는데 (내가 남자라서 그런지 잘생긴남자를 싫어함-_-)

뭔가 그런 심술과는 상관없이 그냥 참 보기가 좋았다랄까...

나도 한번쯤은 저렇게 생긴 얼굴로 인생을 살아봤으면 어떨까 싶은 심정으로 바라보게되는사람이였다.

 

역시 살을 빼야하는건가. 아니다 살을 뺀다고 얼굴이 저렇게 되진않겠지.

(한때 운동을 열심히 해서 체중을 좀 줄인적이 있었는데 그모습을 본 어머니가 하시는 말씀 "살빼니 불쌍해보인다."

그후 다시 체중이 늘어나니 그모습을 본 어미니가 또 하시는말씀 "김정일 아들닮았다." ..-_- )

아무튼 이런 그런 생각들을 하고있는데 이남자가 계속 말을 이어간다.

 


"예약하셨나요? 어느 헤어디자이너선생님 찾으세요?"

지금에와서

"아니요. 제가 다니던곳보다 요금이 비싸보여서 안되겠어요. 안녕히계세요 "

라고 말하고 밖으로 나갈수는없었다.

결국 항상 미용실에 올때마다 하던 그말

"빨리되는분으로 부탁합니다...."

을 내뱉은후 대기석으로 보이는 자리에 앉아야했다.

 

분명 예전에 다니던 미용실의 쇼파보다 더 편한 쿠션을 가진 쇼파였으나 이 세련되보이는 인테리어의 공간속에 앉아있는게 왠지 모르게 불편하다.

조금 안절부절하면서 앉아있자니 아까 그 이쁜남자가 다시 말을 걸어온다.

"차는 어떤것으로 드시겠어요?"

"네?"

아. 이곳은 음료수도 주는구나.

"노..녹차요."

 

얼마후 나온 녹차를 마시려고 컵을 들어 고개를 살짝 기울이는데 뒷목이 뻣뻣하고 손이 살짝 떨리는게

항상 하던 차를 마시는 동작이 이상하게 참 어색했다.

불편한 상황이나 불편한 장소에 있을때 나에게 종종 나타나던 증상이다.

 

이곳에 있는 사람들이 쇼파에 앉아 녹차를 마시는 내 목의 움직임과 손동작이 어색하다고 주목하는 사람은 아무도없을텐데

이 어색해하는 모습을 누가 알아차리면 어떻게하나 태연한척 해야한다라는 생각을 하게되었고

그런생각을 할수록 뭔가 차를 마시는 내 움직임은 점점 더 이상해졌다.

 

아 나는 왜이럴까.

한번쯤은 이런곳에 올때에도 항상 와본곳처럼 그런 모습을 보이고싶은데 나란사람은 그런게 참 안되는 사람인거같다. 

(미용실 문을 열고들어가 자주오던곳이라는 느낌으로 샵의 직원과 친숙해게 하이파이브를 하면서 잘지내셨죠? 라는 말을 건내며 

마치 내집안방같은 느낌으로 미용실의자에 태연히 앉아있는다던가...

그러나 사실 나는 예전에 단골미용실을 다닐때에도 항상 어색했다. )

 

 

(준오헤어 홈페이지에서 사진을 가져왔어요.)

 

자리에 앉아 핸드폰을 만지작거린지 10분쯤 지났을까 내차례가 되었는지 머리감는곳으로 안내를 받았다.

내가 가던 미용실들은 보통 머리감는 의자가 많아야 2개가 있었는데 이곳은 대충세봐도 5개정도는 되어보였고  모두 사람들로 꽉차있었다.

의자에 반쯤 누운자세로 기대어 앉으니 직원이 눈에 수건같은걸 덮어주었다.

뭔가 뜨거운물이 바로안나오는건지 물트는 소리가 계속 들리더니만 어색한 침묵이 이어졌다.

".............."

머리에 살짝 샤워기를 갖다댄건지 따듯한 물의 느낌.

"........이정도 괜찮으세요?"

"넵."

"...."

뭔가 머리기분좋게 감기는법이라는 메뉴얼이 있는건지  일정부분  정형화된 손동작이 샴프거품과 함께 내 머리를 왔다갔다 움직이기시작한다.

참 이상하다.

내가 내머리를 감을때에는 아무기분이 안드는데 남이 감겨주면 왜 이렇게 기분이 좋은걸까.

 

의외로 손님들은 반이상이 남자였는데 이 미용실에서 머리감기는곳은 토론의 장으로 쓰이는건지

머리감는사람과 머리감기는 사람들의 대화가 활발하고 시끌시끌했다.

대화 소재는 스포츠부터 시작해서 정치, 경제, 어제 함께 술마신 여자이야기까지

꽤나 다양했는데 그모습들이 뭔가 참 참 부러웠다.

 

...........내가 있는의자.  나와 내 머리를 감겨주는 사람만 서로 조용했다.

이 침묵이 견디기힘들다.

내가 너무 단답형으로 답변해서 대화가 이어지지않은것일까.

아까 샤워기의 물온도를 물어봤을때 조금더 구체적으로 다음대화가 이어지도록 대답을 해야했던 것인가.

내가 퉁명스럽게 생긴걸까.

무슨 소개팅에서나 했었을법한 이런고민들을 미용실에 반쯤 뒤로 누워있는 자세로 하게될줄 상상도못했다.

 

"혹시 스스로 머리감을때에도 이렇게 머리가 시원한가요?"

"어디사세요?"

"아가씨 취미가 뭐에요?"

"아아 기분이 너무 좋습니다. 거기. 거기요...."

와 같은 이런저런 멘트들을  생각해보았으나 감히 입밖에 내뱉지는 못하고 차라리 가만히 입다물고 있으면 중간은 가겠구나 싶은생각을하고 조용히 있기로했다.

 

어느새 샴프가 끝나고 물로 헹구는 단계로 넘어가는듯싶었는데 머리를 감겨주던 직원의 한마디.

"지압 들어갑니다"

응? 뭐가 들어와? 내가 잘못들었나?

의아해하고있는데 머리감겨주시던분이 양손으로 머리이곳저곳을 꾹꾹 눌러주기시작.

이 느낌을 참 뭐라고 표현해야할지.

이 머리감기는서비스만 따로받을수있다면 이발은 안하더라도 일주일에 한번씩 이곳을 찾아오고싶을정도로.

너무 시원하고 좋았다.

 

머리를 말리고 미용실의자에 앉으니 이번에는 30대중후반으로 보이는 남자가 인사를 하며 다가온다. (젠장 또 잘생겼다.)

갈색 정장차림이였는데 베스트까지 제대로 차려입은모습.

멋지긴한데 평상시에도 아웃도어의류위주로 입는 내가 보기에는 참 불편해보인다.

"어떻게 자르시겠어요?"

"섀기컷 짧은스타일이요"

"섀기컷? 아~ 샤기컷이요? 하하"

 

항상 이렇다. 미용실을가서

섀기컷해주세요. 라고 말을 하면  디자이너는 잘못알아듣는 모습을 하다가 아~샤기컷이요?라고 되묻는다.

다른미용실에 가서 샤기컷해주세요. 라고말을 하면 또 갸우뚱하다가 아~섀기컷이요? 라고 니가 명칭을 잘못알고있다는듯이 되묻는다 -_-

 

그남자는 "짧은샤기컷 오~케이~우흐흥"  라고말하며 가위를 들었는데

오케이도 아닌  오~케이~ 우흐흥 이부분이 참 신경쓰였다. 우흐흥에는 악센트도 강하게 들어가있었다.

나는 주위에 저런식으로 말하는 남자를 본적이 없기에 뭔가 이상하다.

 

커트가 시작되고 이제부터는 머리를 움직이면 안된다고 생각하니 오히려 그생각을 한순간부터 다시 뒷목이 뻗뻗하게 굳으며 내의지와는 상관없이 이쪽저쪽으로 흔들렸다.

양옆 자리의 앉아있는 사람들은 헤어디자이너와 뭔가 별내용은 없는듯하면서도 심오한 소재들로 활발한 대화를 하며 이발을 하고있다.

내머리를 자르는분도 나에게 몇번 말을 걸어왔는데 나름 나도 성실히 의욕있게 대답했으나 뭔가 내답변이 이상했던건지

대화가 길게 이어지지않았고 여전히 내자리에는 침묵만이 감돌았다.

 

기억나는대화내용을 적어보자면

"머리가 참 뻗뻗하신거같아요. 드라이로 잘눌러주셔야 되겠는데요?"

"아~ 맞아요 머리가 두껍고 잘뻗치더라구요."

"포인트파마를 살짝해보시면 머리도 가라앉고 괜찮을거에요."

"옙... 그 포인트파마라는게 얼마에요?"

"25000원이요."

"넵."

이정도였다.

 

 

내 옆쪽에있는 헤어디자이너들은 뭔가 계속 손님들과 즐거운시간을 보내고있는거같은데 내머리를 자르고있는 이사람은 지루하려나라는 별 이상한걱정도 들기시작.

미안한마음이 들었다.

 

이발이 끝나고

헤어드라이로 머리를 털어주는데 아까 카운터에서 보았던 젊은 남자가 합세했다.

내양옆에서 두명의 연령대별로 잘생긴남자들이 헤어드라이두대로 머리를 말려주고있으니 뭐랄까 이기분이 묘하다.-_-

왁스로 마무리한후 드라이로 잘눌러주지않으면 옆머리가 뜰거라는 말을 들으며 카운터로 이동.

계산을 하는데 요금이 25000원 이였다.

역시 예상대로 비싸군.

다행히 무슨 할인인지는 모르겠는데 10%할인이 적용되어 22500원을 결제하고

나눠주는 명함을 손에 받아들고 그 공간을 나왔다.

 

어느정도 지나고 나서야 거리에  쇼왼도우에 얼굴을 비추어 머리를 자세히 살펴볼수있었는데

플라시보효과였을까 확실히 뭔가 달라진느낌이다.

확실히 비싼곳이라 다르구나 !

뭔가 조금은 아주조금은 전보다 잘생겨진느낌이랄까.

 

 

그렇게 밤이 지나고.

다음날 아침.

회사에 출근한후 주위 동료들에게 괜히 이런저런 말을 걸어봤는데

대부분은 내가 이발을 했는지조차 못알아봤고 (....-_-)

 

"차장님 저 뭔가 달라진거같지않아요?"

"대리님 저 미용실 바꿔봤는데 머리잘자른거같지않아요?"

"과장님 제 헤어스타일어떼요?"

결국 직접적으로 물어봤으나 내가 평소다니던미용실과 다른곳을 갔었다는 사실을 알아차린사람은없었다.

(하긴 생각해보면 나역시 옆자리 여직원이 긴머리에서 아주짧은머리로 커트했을때조차 못알아봤으니까.=_=)

 

주위의 이런 평가에도 불구하고 나는 그곳이 만족스러웠다.

한달이 지나면 그 머리지압을 또받을수있겠구나 싶었는데 얼마후 서현역에 있던 회사가 또 정자역으로 이사를 하게되었고

준오헤어는 그렇게 내기억 한켠으로 사라지게되었다.

 

 

 

 

좋은 주말 보내셨는지 모르겠네요. ^^

노트를 정리하던중 예전에 남겨둔  준오헤어 서현점의 기억 이라는 (....느끼하군요.-_-)

제목의 메모를 발견하고 그때의 기억을 되살려서 이렇게 이상한글을 적어보게되었습니다 -_-;;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멋진밤되세요 '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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