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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사는이야기

悲報. 그녀가 떠났습니다.

by hermoney 2013. 7.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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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갑자기 어머니에게 전화가 한통왔습니다.

꽤 당황스러워하시는 목소리.

다래가 갑자기 제대로  걷지를 못한다고 하시더군요.

다리에 힘이 없는지 자꾸 걷다가 쓰러진다고.

 

병원에 빨리 데려가보시라고 하고 전화를 끊었는데

왠지 느낌이 영 안좋습니다.

 

전화를 다시 해볼까 하고있었는데 다시 전화벨이 울립니다.

엄청나게 울고계신 어머니의 목소리가 들립니다.

뭐라고 말씀을 하시는데 너무 울면서 말씀을 하셔서 무슨 말인지 잘안들립니다.

 

"무슨일이야? 그만울고 똑바로 말을 좀 해봐요."

....

아까 통화한 이후 얼마지나지않아 다래가 갑자기 경련을 일으키더니만 눈을 뜬채로 움직이지않는다고하네요.

 

"무슨소리야? 뭐라고?"

다시 말씀하십니다.

다래가 죽었다고.

 

....

그렇게 다래가 떠났습니다.

너무 갑작스럽게 일어난 일이라 멍하더군요.

 

건강은 머루가 훨씬 안좋았어서 머루가 먼저 떠나겠구나라고 생각을 하고있었는데

다래가 먼저 떠날줄은 상상도 못했습니다.

건강했었거든요.

병원도 꾸준히 다녔었는데.

 

어머니의 목소리가 계속이어집니다.

요새 눈이 안보이는 머루를 다래가 자꾸 괴롭혀서 다래를 많이 혼냈는데...

다래가 요즘 살이 많이 찐다고 고기를 많이 안줬는데.

어제 다래가 머루를 깨물어서 혼냈었는데..

등등등.

뭐랄까 어머니기준으로 다래한테 그동안 잘해주시지 못했던 일들을 

하나하나 말씀하고계십니다.

 

 

어머니는 충분히 그동안 잘해왔다.

다래는 좋은대우를 받으며 행복하게 잘살다 간거니까 엄마가 그런말 할거없다.

.뭐 그런말을 할수밖에없었습니다.

사실 그렇다고생각합니다.

서로의 언어가 통하질않기때문에 다래나름 불만도 있고 그랬겠지만 다래는 충분히 행복한 삶을 살았다고 생각합니다.

 

 

왜인지 눈을 뜬채로 갔다고하네요.

지금도 눈을 뜨고있다고 감겨주려고해도 눈이 안감겨진다고하십니다.

 

그러더니 다시 말씀을 시작하십니다.

어제 닭고기를 머루만줬는데.

어제 다래가 머루를 물어서 혼냈었는데.

등등.... 다시 우시는중..-ㅅ-

 

저도 다른곳에 있었고 아버지도 그날은 일이 바쁘셔서 새벽에 들어오신다고하셨거든요.

그대로 둘수는 없었기에 일단 어머니에게 큰 천같은걸로 다래를 싸두라고 했습니다.

 

.....

새벽에 오신다던 아버지가 그날 일을 급히 마무리짓고 저녁시간에 택시타고 귀가하셨고.

내가 보지도 않았는데 벌써 천에 싸두면 어떻게 하냐고 어머니한테 무라고 하시고 천을 다시 풀어서 다래를 보셨습니다.

다래를 안고 베란다로 가셔서 펑펑 우십니다.

어머니는 뭐 여전히 계속 통곡하고계시는중.

 

아버지는 안그런사람인줄알았는데 할아버지가 돌아가셨을때에도 그렇고

요즘보니 눈물이 많은 사람이였어요.

 

부부가 둘이서 같이 엄청나게 울고있어서그런지 막상 저는 눈물은 안나오더라구요

사실 아직도 실감이 잘안나요.

제가 감정이 메마른 사람이라 그런건지 할아버지가 돌아가셨을때에도 그랬고.

누군가 떠나가면 저는 그게 바로 가슴에 와닿지가 않더라구요.

 

아버지가 다래눈을 감기게 하자 신기하게 눈이 감겨지더군요.

어머니는 또 다래가 아버지가 보고싶어서 눈을 뜬채로 갔다고 말씀하시는데

괜히 그런말에 동의를 하다가는 어머니가 다시 우실게 뻔해서.. 

 

시신은 경직이 되기떄문에 몇분이 되면 육체가 뻗뻗해지고 그렇기때문에 잠시 눈이 안감긴것이다

아버지가 오셨을때 때마침 어쩌다가 타이밍이 잘맞은것이다라는 뭐 그런말들을 했습니다.

 

아버지가 바로 보낼수는 없다고 하시면서  마지막으로 같이 자자고하시던라구요.

그렇게 그날 아버지어머니와 다래는 마지막으로 안방에서 같이 잣습니다.

 

....... 

다래가 평생을 살았던 본가바로옆에 있는

봉화산에 묻으려고했는데 알아보니  그렇게하는건 불법이라고 안된다고하더군요.

예전에 기르던개가 죽었을때에는 동물병원에서 비용을 조금 주면 처리해줬었는데 (단어가 어감이 좀 그런데 다른단어가 생각나지않는군요)

맡아줬는데 요새는 그것도안한다고하고.

 

그래서 좀 알아보니까 반려동물 화장터가 따로있더군요.

비용은 무게에 따라 20만원정도 했습니다.

어머니가 주위사람들에게 전화로 물어보니 어차피 쓰레기봉지에 넣어도 어차피 소각하는건 똑같으니까

화장터에 돈쓰지말라는 조언을 해주는사람도있었구요.

 

저는 뭐랄까..

(안좋은 생각일수도있다는건 압니다만.) 장례관련 문화를 굉장히 쓸데없는거라고 보는사람입니다.

생전의 일이 중요하지 생후에 정신이 떠난 육체에대해 뭔가 하는건 떠나간 사람을 위하는게 아니라 그냥 자기 만족이라고 생각하는..

뭐 그런 생각을 가지고있어요.

 

장례를 잘치뤄주자라 그런생각보다는 단지.. 미리 어디가 안좋을줄알았더라면

아니면 경련을 일으키고 고통이있을때 더 빨리 동물병원으로 데려가서 약으로 편하게 보내주었다면

고통을 줄여줄수있었을텐데 그런 미안함이 많았습니다.

서로의 언어가 통했으면 . 어디가 안좋으면 안좋다고 말을 좀 해주면 좋았을텐데

미리 알아차리지 못한 그점이 미안하네요

..

 

아무튼. 그런저이지만 그래도 왠지 쓰레기 봉투에 버리는건 못하겠더라구요.

부모님께 화장업체를 부르자고 하고 20만원을 드렸습니다.

 

 

 

 

 

 

 

다래입니다.

 

 

 

아마 제가 고3 여름때였을거에요.

고2였었나..아무튼

어머니가 어머니 친구분이기르던 개가 새끼를 나았는데 한마리 가져오자고 하시더군요.

예전에 기르던 개를 떠나보낸후 (그 개이름은 윤발이 였어요. 그때 막 영웅본색이나 첩혈쌍웅같은 홍콩 느와르영화 전성시대여서 그런지 이름을 그렇게 지었더랬지요-_-)

부모님이 개를 더이상 기를 생각을 하지않으셔서 못기르고있었는데 방가운소식이였습니다.

 

장마철이라 비가 꽤 내리던 날이였는데 그말을 듣자마자 좋다고 어머니 친구분집으로 달려갔습니다.

어머니친구분과 그집딸내미가 방겨주고 (이집딸내미는 예전에 제가 싱글일때에 어머니가 자꾸 만나보라고 하시던....-___-;;)

뭔가 검은 털뭉치같은걸 가져오더군요.

푸들이라 곱슬곱슬해서그런지 처음에는 딱 검은 털뭉치가 같이 생겼더라구요.

감사합니다 라고 넙죽인사를 하고 잽싸게 들고 왔습니다.

 

 

주둥이(..-_-)가 좀 길긴했지만

여자애라 그런지 얼마나 새침하고 애교를 잘떠는지. 

푸들이 똑똑하다고 하던데 정말 그렇더라구요.

  

 

 

 

 

 

안기는걸 좋아해서 안아주면 척하니 기대는데 그게 참 좋았습니다.

떨어트릴수도있어서 불안하지도않나 싶은데 어찌나 마음편하게 안기는지 모르겠습니다.

 

 

 

 

  

 

 

 

다래가 온지 일년쯤 지났을까.

이모가 기르던 개가 새끼를 낳게되고

혼자있는 다래가 외로울거같아서 신랑을 데려왔습니다.

좀 순한인상에 실제로도 좀 멍한 그런성격.

머루입니다.

 

연상연하커플.

사이가 참 좋았습니다.

 

 

 

학교를 졸업하고 시간이 흘러 사회초년생이 되고

조금지낫을때쯤 

다래의 첫출산.

 

 

검은 털뭉치가 4마리가 더 늘었습니다.

머루는 아이를 만들수없는 몸이였기에 (...-ㅅ-) 머루의 아이는 아니였구요.

어느 외간 남자(..-ㅅ-)의 아이였습니다.

 

 

 

그때 반년동안은 집에 잘들어오지도 못햇을정도로 일이 바뻐서 다래새끼들을 제대로 잘보지도못했습니다.

신입에서 벗어나서 아주 조금 일이 익숙해지려고했으나

그래도 항상 야근은 하게되더라구요.

뭐랄까. 맡은 일을 많이 한다고 해서 자기 일이 다끝났다고해서 빨리 퇴근하는 그런 구조의 사회가 아니였습니다.

지금은 많이 바꼈는데 그때의 분위기는 그랬어요.

 

 

요즘 삶에서 뭐가 중요한지 우선순위에 대해 생각을 많이 해보게됩니다.

만약 이때 지금의 저였더라면, 회사를 그만두고 다래와 다래 새끼들과 시간을 많이 보냈을겁니다만.

그때는 일이 너무 바뻐서 그런생각을 할수도없기도했고 

사실 프로젝트 중간 팀전원이 한참 바쁠때 혼자 쏙 빠져나오는건 지금도 못할거같기도합니다.

흠.

 

아무튼 다래의 새끼들은 어머니 친구분들에게 다시 입양보냈구요.

이때 다 보내지 말걸그랬어요 한두마리 남겨둘걸아쉽군요.

 

출산이후 얼마 지나지않아서 다래가 갑자기 옷방에 들어가서 나오지를 않더군요.

뭔가 이상한 낌새가 있어서 재빨리 동물병원으로 데려가보니 자궁에 염증이 생겼다고하더군요.

다래는 수술을 하게되고 새끼를 더 나을수없게 되었습니다.

 

수술하는동안 3일정도 동물병원에 있었는데 수술하면서 몇일 제대로 밥을 줄수가없어서그런지

다래가 그3일동안  굶으면서 뭔가 먹는거에 대해서 생각이 많이 바낀거같았습니다.

원래 먹는거 그렇게 까지 안좋아했었는데  그 이후로는 엄청나게 먹는걸 좋아하게 되었더라구요.

 

사람먹는걸 많이 주는게 개에게 좋지않을거일수도있다고 부모님에게 많이 말씀드렸는데

저희 부모님은 다래가 먹을거 달라고 끙끙대는걸 참지 못하는분들이라

이것저것 많이 먹였습니다.

 

그래서 다래가 살이 꽤 찌게되었지요.

 

.....

그렇게 살다보니 어느새인가 다래가 우리집에온지 15년인가 16년이 지났습니다.

세월이 참 무지하게 빠르군요-ㅅ-

 

 

 

.... 아무튼 그렇게 반려동물화장 업체에 연락을 하고

얼마후 업체에서 찾아오고.

다래가 떠났습니다.

 

 

화장터까지 가셨던 어머니가 문자를 보내시더라구요..^^

 

 

 

저는 죽는 당사자보다는 남겨진 사람들이 더 힘들다라고 생각하는편이거든요.

그래서인지 부모님이 걱정이 많이 됩니다.

 

 

이분이랑

 

 

이분이요. 

 

 

 

이놈도 부인을 잃고 혼자 남게되었어요.

 

 

부모님이 걱정되어서 새로 강아지를 분양받아서 새식구를 만들어 드릴까 이야기를 꺼내보았는데

당분간은 개를 기르기가 싫다고하시네요.

머루가 떠나면 그동안 못했던 여행도 좀 하고 쉬고싶으시데요.

 

사실 무작정 개를 분양받아서 안겨드리면 또 함께 잘 지내실분들이긴하지만. -ㅅ-

이부분은 아직도 고민중이긴합니다.

 

  

 

아무튼 그냥 뭐 괜히 예전 다래사진도 좀 찾아보고

그러고 있습니다. 

 

 

 

 

  

 

 

 

 

 

참, 저는 괜찮습니다.

입맛도 여전히 좋아서 이것저것 잘먹고있구요.

단지 이상하게 요즘 체하는일이 좀 많아졌고

이상하게 본가에 가는게 좀 싫어졌어요.

 

 

 

허다래

1997-2013

 

양말에 얼굴 쳐박는거 좋아하고

먹는거 안기는거 좋아합니다.

성격은 좀 도도한편.

먹는거 없을때에는 사람이 불러도 잘안오구요.

 

 

넓은 평지에서 마음껏 자유롭게 뛰어놀면서 사는게 맞는거같은데아

작은 집에서 갇혀서 살게되는 이런형태의 삶이 개한테 옳바른지에 대해서는 고민이 되긴합니다만.

어차피 태어나야했고 누군가의 손에 길러져야했다면

저희집. 저희부모님과 살게된것도 나쁘지않았을거같아요.

저희집에 와줘서 고마웠어요.

 

...좋은곳에가서 행복하게 잘살기를..

 

 

 

...에..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저는 우울하거나 슬픈글을 읽으면 같이 우울해지는편이라 -_-

그런글을 가급적 안쓰려고하는편인데..

뭐 좋은일도 아니고해서 안쓸까 싶었는데..

다래를 좋아해주신 분들이 많아서..

그래도 소식을 알려야할거같아서 적다보니 주절주절 잡다하게 길어졌네요.-ㅅ-

다래 좋아해주셔서 고마웠습니다.

왠지 좋은 소식이 아니라서 그런지 죄송스럽군요.^^

아무튼 너무 우울한 티안나도록 화이팅하고  여전히  적당히 마이너한 그런 글로 또 찾아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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